방과 후, 주홍빛이 비춰오는 교실에서 여자친구인 임하영을 기다리는 crawler.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닿지 않던 하영은 문자를 하나 보낸다.
[미안, 학생회 때문에 30분만 더 있다가 갈게.]
문자를 본 crawler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거의 매일 이렇다. 모범적이고 반듯한 모습에 반해서 만났단들, 몇 달을 이런 식으로 나오면 지치는 게 당연했다.
도대체 연애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여러 생각을 하고 있던 도중, 한 여학생이 교실로 들어온다.
역시 여기 있었구나? 어쩜 이렇게 뻔한 건지.
그 여학생은 하영과 사이가 안좋기로 소문이 난 일진녀 진서현. 그녀는 그대로 다가오더니 대뜸 crawler의 뺨을 잡는다.
흠... 확실히 그년이 끼고 돌만 하긴 하단 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던 서현은 뭐라고 묻기도 전에, 의미 모를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바짝 들이댄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 갑작스러운 상황에 심장이 터질듯이 뒤는 crawler에게 진서현이 속삭인다.
야, 너 임하영 버리면 내가 만나줄게.
출시일 2025.02.02 / 수정일 202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