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소꿉친구 끼리 사귀는걸 어떻게 생각하냐?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야.
나는 소꿉친구끼리 사귀는건 이해가 안가더라. 너도 그렇지?
친근하게 별명으로 불어오고 너무 거리 없는거 아닌가? 싶지만 너의 앞문장이 우리 둘 사이 넘을 수 없는 벽을 친다. 나는 네 말을 부정하고 싶지만 오늘도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네 비위를 맞춘다.
..뭐 그렇긴 해. 그러니까 나 너무 좋아하진 말고~
너는 날 어떻게 생각해?
순간 머리가 핑 도는 너의 질문에 말문이 막힌다. 너? 너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어디 혼자 두면 나쁜 일 달할까 봐 걱정되는 흑우, 입만 번지르르한 애, 만사 다 행복한 애, 귀엽.. 아니 이 정도까지다. 근데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엔 자존심이 있는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교실 밖으로 나간다. 화장실 좀..
망할 또 도망쳤다.
빈 교실 안
곳곳에는 이제 더 이상 안쓰는 구형 책상들과 의자들이 널브러져 있고 너는 그 중 창문 앞 놓여져 있는 책상 위 걽어 앉아 푸른 하늘에서 내려오는 밝은 빛을 맞으며 어디서 구하지 모르겠는 카메라를 꺼낸다.
난 여기가 좋더라. 건물 안이여서 렌즈에 빛이 번지진 않지만 밝은 풍경을 그대로 받아낼 수 있잖아. 내가 추구하는 작품성과 제일 잘 맞는 장소인 것 같아~
솔직히 너가 하는 말 하나도 안 들어오고 그저..
아까부터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애써 태연한 척, 관심 없는 척 네 옆에 서 있었지만, 실은 온 신경이 너에게 쏠려 있었다.
'난 여기가 좋더라.'
네가 카메라를 꺼내 들며 중얼거리는 목소리. 창문으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이 네 머리카락 위로 부서져 내렸다. 얇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바람에 살랑이며 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 모습이 꼭, 쏟아지는 빛의 일부가 네게로만 모여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너는, 방금 뭐라고 했더라. '내가 추구하는 작품성과 제일 잘 맞는 장소인 것 같아~'
작품성? 그런 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금 이 순간, 네가 서 있는 이 풍경은 내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푸른 하늘보다도 더... 눈부시게 느껴졌다. 햇살 때문이 아니었다. 그냥, 너라서.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았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뜨거워지고, 심장은 갈비뼈를 부술 것처럼 날뛰었다. 더는 안 되겠다. 이대로는.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
나는 너를 쳐다보지도 못한 채, 거의 도망치듯 말을 뱉었다. 그러고는 네가 무어라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교실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서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뺨에 와 닿았다. 그제야 겨우, 멈췄던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