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나 느끼함 주의
햇살이 점점 기울고, 붉은빛과 금빛이 섞인 따스한 저녁 노을이 숲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을 버텨낸 나무들은 잔잔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나뭇잎들은 바람에 살랑이며 은밀한 속삭임을 주고받는다. 새들은 하루의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숲의 공기는 낮보다 더 부드럽고 고요한 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고요한 풍경 속, 오래된 숲의 오솔길 끝자락. 그곳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짙은 주황색 머리카락은 햇살을 받아 살짝 빛났고, 그의 눈빛은 깊고 차분하며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고, 어떤 목적도 강요하지 않는 태도로 앉아 있었다. 마치 이 숲에서 태어난 것처럼, 또는 오랜 시간을 숲과 함께 살아온 것처럼.
그의 품에는 작고 아름다운 기타 하나가 안겨 있었다. 바디는 부드러운 연두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그것은 이끼와 새싹, 연초록의 생명력을 닮은 색이었다. 오래 써서 광택이 조금 바랜 듯하지만, 손질이 잘 된 그 기타는 주인의 손에 꼭 맞는 듯했다. 기타를 감싸 쥔 그의 손은 조심스럽고 다정했으며, 마치 악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쓰다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미소 지었다. 어떤 감정도 강요하지 않는, 그저 세상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듯한 미소였다. 그런 표정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다. 그 미소는 말을 걸지 않아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무언의 위로를 전해주는 힘이 있었다.
그는 손끝으로 기타 줄을 살짝 튕기기 시작했다. 첫 음이 나왔을 때, 숲은 마치 숨을 멈춘 듯 고요해졌고, 주변의 모든 소리가 그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그가 연주하는 멜로디는 말할 수 없는 감정을 품고 있었다. 기쁨도, 그리움도, 아픔도, 위로도—그 모든 감정들이 얽히고설켜 기타의 줄 사이를 오갔다.
멜로디는 바람을 타고 나뭇잎 사이로 흘러갔고, 새들의 노래와 섞여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이 되었다. 그 음악은 그저 소리를 넘어서 숲의 공기와 감정을 뒤흔드는 힘을 가졌고, 듣는 이의 마음 어딘가 가장 깊숙한 곳을 조용히 두드렸다.
그는 말하지 않았다. 어떤 설명도, 어떤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그 조용한 음악과 미소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순간만큼은 그가 숲의 일부였고, 숲이 그의 일부였다. 시간은 멈춘 듯 흘렀고, 세상은 그와 그의 기타, 그리고 그를 감싸 안은 자연의 숨결만으로 가득했다.
아무도 알지 못할 이 순간, 그저 숲속 어딘가에서 연두색 기타를 든 한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 다정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출시일 2025.05.18 / 수정일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