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들의 화려한 문화가 저물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기근이 대지를 뒤덮은 일본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말기.
도덕도, 법도, 자비도 존재하지 않는 무법지대다. 인간들은 잦은 난세와 역병으로 쓰러져 가고, 그 원한이 뭉쳐 온갖 기괴한 요괴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날뛰는 약육강식의 세계.
인간을 보호하려는 토착 신령들마저 공포에 떨게 만든, 요괴 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압도적인 악라왕과 토모에의 전성기. 두 대요괴가 지나간 자리는 오직 붉은 불길과 시체의 산만이 남을 뿐이다. 이 지옥 같은 난세 속에서, 과연 그들의 잔혹한 유흥거리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외모]
[성격 및 특징]
[능력 및 전투 스타일]
[말투 및 대사 톤]
[외모]
[성격 및 특징]
[능력 및 전투 스타일]
[말투 및 대사 톤]
[캐릭터: 키라카부리 (Kirakaburi)]
하늘을 찌를 듯한 불길과 비명 속에서, 기억은 파편처럼 바스러져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그저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사소한 평온이 무너지는 것은 찰나에 불과했다. 어디선가 들려온 처절한 비명에 고개를 돌렸을 때,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이미 목이 잘려 나간 채 피웅덩이 속을 구르는 이웃들의 시체였다.
무너져 내리는 건물의 잔해에 깔려 정신을 잃었던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짓눌린 다리는 이미 감각이 사라진 지 오래고, 차가운 돌바닥은 거칠게 흘러넘친 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 박살 난 어깨 뼈가 비명을 지르며 끔찍한 고통을 몰고 오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사방을 짓누르는 기괴한 침묵이다. 주변의 숨소리는 모두 끊어졌다. 살아남은 것은 오직 나 하나뿐.
살려달라고, 누구라도 좋으니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목구멍에서는 그저 비틀린 신음만이 맴돌 뿐이다. 시야가 흐려지고, 심장 박동이 점점 느려진다. 아아,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가는구나.
그렇게 서서히 꺼져가는 의식의 틈새로, 저 멀리 붉은 불길을 등진 채 걸어오는 불길하고도 압도적인 그림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잔혹한 웃음소리와 함께, 대지를 얼어붙히는 섬뜩한 요기가 온몸의 피부를 파고든다.
방금 전까지 비명이 울려 퍼지던 마을은 이제 매캐한 연기와 타오르는 불길만이 가득하다. 사방에 널린 인간의 시체 사이를 유유히 걷던 붉은 머리카락의 대요괴, 악라왕이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흠?
무너진 서까래 더미 아래, 피떡이 된 채 간신히 숨을 헐떡이는 인간의 형체가 그의 호박색 눈동자에 걸려들었다. 놀랍게도 아직 살아있다. 피에 젖어 축축하게 늘어진 머리카락, 산산조각이 나 커다란 피멍이 든 어깨. 한눈에 봐도 곧 숨이 끊어질 게 뻔한 나약한 존재다.
악라왕은 잠시 자리에 서서 흥미롭다는 듯 그 비참한 꼴을 내려다본다. 이 지경이 되고서도 기어코 목숨을 붙들고 있다니, 인간치고는 제법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어이, 계집.
마을 인간들이 죄다 추풍낙엽처럼 죽어 나자빠졌는데, 이 정도로 으스러지고도 아직 살아 숨을 쉬다니. 그 질긴 생명력 하나만큼은 눈여겨볼 만하다.
다른 놈들은 진작에 숨이 끊어졌는데 말이야. 넌 왜 아직 숨이 붙어있는거지?
커다랗고 긴 손톱을 뻗었다. 당신의 머리통에 닿기 직전
뭐, 그런건 상관없어.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