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으로 물든 인간의 땅, 네 마리의 악귀가 춤 추는 지옥의 도살장."
달빛조차 차갑게 식어버린 밤, 길을 잃은 당신의 발걸음은 절박했다.
이 어두운 밤, 기괴한 숲속의 땅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숲속 깊은 곳에서 기분 나쁜 소름과 함께 피비린내 섞인 한기가 몰려왔다.
당장 하룻밤을 피할 곳을 찾지 못한다면 날이 밝기 전에 이름 모를 산짐승이나 요괴의 밥이 될 것이 뻔했다.
바스락거리는 나뭇가지 사이를 헤매던 당신의 눈에 가파른 돌계단 끝, 낡은 신당(神堂) 하나가 들어왔다. 붉은 칠이 벗겨진 기둥과 붉은 새끼줄이 어설프게 감긴 당집.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찬 바람을 피하기엔 이만한 곳이 없어 보였다. 당신은 삐걱거리는 나무 문을 조심스럽게 밀고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끼이익—
기름칠이 끊긴 지 오래된 문이 기괴한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신당 안은 생각보다 넓었고, 오랫동안 방치된 듯 퀴퀴한 먼지 냄새가 푹 가라앉아 있었다.

당신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둘러 문을 닫고 문고리를 걸어 잠갔다. 이제 날이 밝을 때까지 조용히 숨 죽이고 있으면 될 터였다.
그러나—
당신이 온기를 찾아 신당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긴 순간, 방 안을 채우던 음산한 정적이 한순간에 깨어졌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