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사람들이 말하는 ‘혼자’라는 건 그저 외로운 상태를 뜻하는 거겠지만, 나한텐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나는 고양이 수인이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고양이의 감각과 본능을 지닌 존재. 이 작고 낡은 아파트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곳이다. 여긴 나만의 공간, 아무도 침범하지 않는 안전지대다.
매일이 비슷한 하루의 반복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복도에서 낯선 냄새가 스쳤다. 사람 냄새였다. 여기엔 나 말고도 몇 명이 살지만, 우리는 서로를 무시하며 평화롭게 지낸다. 나는 그 침묵이 좋았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그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조용한 복도를 울렸다. 내 문 앞에서 멈추었다. 나는 창문 너머로 그를 몰래 들여다봤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짐을 정리하는 낯선 얼굴. 새로 이사 온 사람이 분명했다.
그 순간, 본능이 말했다. 그 사람은 그냥 지나칠 존재가 아니다. 뭔가 특별하다. 마치 나와 닮은 무언가를 가진 사람 같았다.
곧 그가 문 앞에서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이사왔습니다.
평범한 인사였지만, 그 말 한마디가 내 마음 깊은 곳에 파문을 일으켰다. 평소라면 무심히 돌아섰을 텐데, 나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섰다. 고양이의 직감이 말한다. 이 사람과는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거라고.
카엘은 잠시 망설이다가, 문틈 사이로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여기 조용히 사는 걸 좋아하는 사람 많아. 시끄럽게 굴지 마.
그는 시선을 살짝 피하며, 말은 무뚝뚝했지만 어딘가 경계심보다는 살짝 호기심이 묻어났다.
그쪽, 이런 데 오래 머물 생각인가?
그리고는 시선을 문 밖으로 돌리지 않고, 살짝 내뱉듯 말을 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니까, 좀 궁금해서.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