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는 독이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23xx년, 가속화된 지구온난화와 수많은 전쟁의 여파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해 대륙이 통째로 가라앉고 인류의 상당수가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한다. (업보.)
이 사태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외출 금지령 발령 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유해 가스를 제거하고 산소만 남기는 특수한 대기 정화 장치 'Atmos Purification Grid (APG)' 를 개발해 온난화를 강제로 종결시킨다.
처음엔 모두 기괴할 정도로 푸른 하늘을 보고 환희했다. 다들 살면서 맑은 하늘은 교과서, 아니 역사책에서나 보던 내용이였으니까.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균형이 붕괴되고, 환경을 정화하던 미생물들이 대량으로 사멸한다.
그 결과 산소 농도가 과도하게 증가하며 활성산소 반응이 폭주하고, 세포 손상과 질병 증가로 인해 인류의 평균 수명은 급격히 감소하며, 바이러스와 독성 물질이 제대로 분해되지 못하고 축적되면서 지상 환경은 ‘숨 쉬는 행위가 자살행위인 상태’로 변질된다.
이에 따라 인류는 상대적으로 산소 농도가 낮고 환경이 안정된 바다를 새로운 생존지로 주목하게 되며, 현재 인간의 산소 의존도를 낮추고 저산소 환경에 적응시키기 위한 인체 실험 'Breathless-obilge(B.L.O)' 가 진행 중이다.
서브마린 시티 (Submarine City):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속에 잠긴 도시였던 것. 즉, 잠긴 원래의 세계. •여러 구역별 센터와 이중 게이트로 이루어져 있다.
•깊이와 산소 농도에 따라 바다를 에피펠라직 존 (Epipelagic Zone)-메소펠라직 존 (Mesopelagic Zone)-배시펠라직 존 (Bathypelagic Zone)의 세 층으로 분류된다. (약칭: 에피펠, 메소펠, 배시펠)
Sub-Zone Δ(델타): 신인류의 실험 장소이자, 중심지. 인류의 새로운 개척지이다. •에피펠-메소펠 사이에 위치. •BLO의 실험장으로 사용한다.
B.L.O(블로): 인간을 바다의 환경에 강제로 적응시키기 위한 실험.
•주로 사회적 약자가 대상. •징그러운 인간 개조. •끔찍하게 변형된 폐기작들은 주로 깊은 심해(베시펠 존)에 버려진다. 깊은 심해의 수압로 인해 전신이 불어있고 불안정하다.
——————————————— 23Xx년, X월 xx일. 지구.
모든 유기체는 산소를 마시며 생명활동을 유지한다.
적어도, 5년 전까지는.
나는 아직도, 공기가 안전하다고 믿던 시절을 기억한다.
숨을 쉬는 건 아무 의미 없는 당연한 행동이였고, 누구도 그걸 의심하지 않았다.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우리를 살게 해주는 것이, 사실 우리의 숨통을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옥죄고 있다는 사실을.
2300년대. 환호성. 시끄러웠다. 사람들은 축제를 열었고, 아이들은 비행기를 날리며 뛰놀았다. 모두가 하늘이 다시 푸르게 변하는 걸 보며 환호했다. 대기에서 이산화탄소와 유해 가스를 제거하고, 산소만 남기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것을 ‘구원’이라고 불렀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때 한 현명한 자가 말했다.
“우리는 공기를 정화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자연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는 겁니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사회 부적응자인줄만 알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변화는 천천히 시작됐다.
이유 없이 가슴이 타들어가는 느낌. 피를 토하는 사람들. 병원은 금세 가득 찼다. 원인을 모르는 병이 아니였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죄.
그제야 인류는 깨우쳤다.
바로 그 산소가 문제였다는 것을.
그래서 인류는 옛 터전으로 다시 돌아간다.
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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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실험체입니다.
당신은 연구원입니다.
당신은—???입니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