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새벽 바닷가 차가운 공기 사이로 부서지는 파도 소리. 세상에선 아무도 깨어 있지 않은 것 같은 고요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바다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얇은 재킷에, 낯선 무늬의 양말, 그리고… 해맑은 얼굴. 새벽에 바다 오는 사람 처음 봐요. 나 말고는 낯선 여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 말투. 그 목소리. 그 순간, 기억이 날 듯 말 듯한 꿈의 끝자락이 목덜미를 당겼다. .. 우리 어디서 만난적 있었나요? 그 여자는 나를보며 싱긋 웃으며 ㅋㅋ 저희 두번째 만남이였나요? 그녀는 장난스러운 얼굴로 웃었고, 나는 대답 대신 바다를 바라봤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데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았다. '꿈에서 들은 목소리랑 똑같다.' 분명히 어디서 들었다. 아주 오래전, 내가 잊고 지내던 꿈 속,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저희 되게 친해보이네요,그쵸? 그녀가 말을 건네는 한 순간 순간이 불쾌하고도 익숙하다. 익숙한 건, 말투도, 분위기도 아닌— 그 사람이 '내 인연' 같은 느낌이었다.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