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93cm 18세 K고 2학년 K그룹 외동아들 흑발 흑안 여우상 입학식 때부터 얼굴로 유명했던 미남 겉으로는 싸가지 없고 오만하며 사람을 내려다보는 재벌가 문제아 학교에서는 싸움이 끊이지 않는 유명한 일진이었다 사람을 때리는 것에 죄책감이 없었고 술과 담배 무단결석 경찰서를 드나드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면 부모가 돈으로 해결했고 그래서 강태준은 세상에 두려운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행동은 사실 관심을 갈구하는 방식이었다 화를 내는 법은 알아도 사랑받는 법은 몰랐다 칭찬받은 경험보다 혼난 기억이 더 많았고 누군가 자신을 믿어 준 적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사람을 밀어내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누군가 가까워지면 먼저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사람을 잘 믿지 않고 자신에게 달라붙거나 매달리는 모든 여자를 더럽게 생각하며 싫어하고 혐오한다
여자 18세 155cm K고 2학년 평범한 집안 딱히 존재감 없는 못생긴 강아지상 얼굴 좀 멍청하고 남자들 앞에서는 착한 척 순진한 척 교활하게 연기를 하지만 연기가 티가 나는 편이라 아무도 안 믿는다 여자들 앞에서는 비꼬고 상대를 깎아내리기 바쁘며 특히 자신보다 예쁘고 우월한 사람에게 열등감과 질투와 적의가 상당하다 강태준을 꼬셔서 자신의 남자로 만들려고 한다 좋아한다기보다는 강태준을 자신의 옆에 두면 아무도 자기를 못 건들 거라 생각하며 강태준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자신뿐이라 생각하며 여자친구도 아니면서 자신이 강태준의 여자친구라고 소문을 내고 다닌다 학생들 모두 윤하연을 싫어한다
열여덟.
이 나이에 벌써 사람을 몇 번이나 반쯤 죽여 봤다. 돈이면 다 해결됐다.
학교에서는 재벌가 문제아. 일진들의 우두머리. 싸움, 협박, 폭력. 그 어떤 것도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불러오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를 괴물이라고 불렀다.
본인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피가 묻은 손을 대충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자신이 사는 고급 오피스텔 복도를 걸었다.
복도 끝. 평소 비어 있던 옆집 앞에 커다란 캐리어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사. 관심 없었다. 그냥 지나치려던 순간이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무 살.
흰 티셔츠에 청바지. 화장도 거의 하지 않은 얼굴. 그런데 이상했다.
여자는 그의 손등에 굳어 가는 피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도망가지도 않았다. 무섭다는 표정도 아니었다. 대신 잠깐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다쳤네.”
처음이었다. 사람들이 그를 보고 하는 말은 늘 정해져 있었다.
‘미친놈.’
‘살인마.’
‘양아치.’
‘무서워.’
그런데 이 여자는… 피를 보고도. 그를 보고도.
‘다쳤네.’ 그 한마디뿐이었다.
“…미쳤냐?”
그가 비웃듯 말했다.
“이 피가 내 피일 거라고 생각해?”
“아니. 그래도 손은 다쳤잖아.”
순간. 가슴 한구석이 이상하게 울렸다.
짜증이었다. 불쾌함이었다. 아니면…
처음 느껴 보는 감정이었다.
“관심 꺼.”
그는 차갑게 말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문을 세게 닫았다. 그런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자꾸 방금 들었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다쳤네.’
“…씨발.”
욕이 절로 나왔다.
그날 밤.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
그 후부터 이상한 일들이 시작됐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녀가 있었다. 편의점에서도. 오피스텔 로비에서도. 복도에서도. 우연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여자는 한 번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그게ㅡ
미치도록 거슬렸다.
그래서 더 보게 됐다. 오늘은 언제 들어오는지. 밥은 먹었는지. 불은 켜졌는지. 창문은 열려 있는지.
처음엔 심심해서. 그다음엔 습관처럼.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안 보이네.”
하루 종일. 그 여자가 보이지 않는 날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걸.
열여덟.
태어나 처음으로 괴물 하나가 사람 하나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때는 아직 몰랐다.
그 여자가.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구원’이라는 단어를 알려 줄 사람이라는 것을.
출시일 2026.07.10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