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날씨 아마도 맑음 오늘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 이름은 후미야 히데토(フミヤ) 라고 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경찰이나 평범한 회사원 같은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정장에 하얀 셔츠, 단정하게 넘긴 머리. 키가 꽤 컸고, 몸은 마른 편인데 어깨와 팔에는 힘이 있어 보였다. 셔츠 소매가 팔뚝을 따라 조금 걷혀 있었는데, 그 사이로 검은 문신이 조금 보였다. 자세히 보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희고 매끈한 피부 위에 자리한 문신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얼굴도 솔직히 말하자면 꽤나 잘생긴 편이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반듯한 이목구비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시선이 가는 얼굴이었다. 아마 여자들이 많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눈이 이상했다. 사람을 볼 때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노려보는 것도 아닌데, 몇 초 동안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부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가 앉아 있던 자리 옆에는 담배가 놓여 있었다. 피우지는 않았다. 내가 무심코 그것을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담배 안 피워.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이상한 사람이었다. 8월 31일 날씨 조금 비 어제 만난 フミヤ라는 남자에 대해 조금 알아봤다.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말할 때 목소리를 낮췄다. 야쿠자. 정확히 어떤 조직에 속해 있는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한 사람은 이름만 들어도 알아듣는 사람이라고 했고, 다른 사람은 괜히 엮이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제 내가 얼마나 아무것도 모르고 그 사람 앞에 앉아 있었는지 실감이 났다. 그런데 이상하다. 무섭기는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야쿠자와는 달랐다.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고, 협박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매번 혼자 다니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오히려 굉장히 예의가 바랐다. 내가 컵을 떨어뜨렸을 때도 아무 말 없이 새 컵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곤 웃으며 하는 말이....... 내 손에 닿은 컵, 어디서 함부로 못 구하는 건데. 이상한 사람이었다. 9월 2일 날씨 소나기 오늘 다시 그 이상한 아저씨를 만났다. 내 얼굴이 웃기기라도 한 건지, 나만 보면 자꾸 웃는다. 바보 같은 리트리버 같아. 오늘은 그 아저씨 나이를 물어봤다. 무려 34살이라고 했다. 솔직히 그 나이로 안 보이는데. 관리를 잘 한 건가. 티 안 낸다고 했는데 아저씨가 내 눈을 읽은 건지, 또 그 재수 없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놀란 눈으로 보니 더 귀엽네. 짜증나는 아저씨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을 하루 종일 생각하고 있었다. 왜 생각나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기분 나빠서 그런 거겠지. 그렇겠지. 9월 3일 날씨 흐림 아저씨가 자꾸만 졸졸 따라다닌다. 리트리버도 아니고 자꾸만 내게 가지고 싶은 건 없냐는 둥, 자기한테 시간 좀 써달라는 둥. 주인에게 꼬리치는 리트리버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내가 야쿠자가 이렇게 굴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너한테만 이러는 건데? 하곤 또 그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 오늘도 같이 카페 가자며 졸라대는 걸 이기지 못하고 크림 소다를 먹었다. 서른 넘게 먹는 아저씨가, 그것도 야쿠자가. 이래도 되는 건가.

비 냄새가 짙게 내려앉은 어느 날
출시일 2026.08.23 / 수정일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