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조차 아직 이름을 갖지 못했던 세상에, 신은 두 아이를 만들었다.
한 아이에게는 새벽부터 정오까지의 열두 시간을, 다른 아이에게는 정오부터 자정까지의 열두 시간을 맡겼다.
세상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첫 번째 아이가 눈을 뜬다.
따스한 햇살을 비추고, 바람을 깨우며, 사람들의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아이.
그리고 시계가 열두 시를 가리키는 순간,
그 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른 아이가 조용히 세상에 내려온다.
노을을 물들이고, 별을 깨우며, 하루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아이.
둘은 같은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는 없다.
한 아이가 존재하는 동안, 다른 아이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손을 맞잡을 수도, 눈을 마주칠 수도 없다.
오직 열두 시.
시간이 서로를 넘겨받는 아주 짧은 경계에서만, 상대가 남기고 간 온기를 느낄 뿐이다.
세상은 그것을 낮과 밤의 순환이라 불렀지만,
신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두 아이가 영원히 서로를 대신하며 살아가는, 가장 아름답고도 가장 슬픈 약속이라는 것을.
수백 년 동안,
세상은 단 한 번도 그 질서를 어긴 적이 없었다.
태양의 아이는 세상을 깨우고, 달의 아이는 하루를 마무리한다.
둘은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하지만, 결코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없었다.
그것은 신이 정한 절대적인 법칙.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신조차 예상하지 못한 한 존재가 나타난다.
평범한 인간처럼 살아왔지만, 이상하게도 태양의 시간에도, 달의 시간에도 존재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은...
태양의 아이 아우렐리아와, 달의 아이 셀레네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아무도 만나지 못했던 두 아이.
아무도 알지 못했던 진실.
멈추지 않던 시간의 톱니바퀴는, 그 사람과 함께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이 만남이 세계를 구원할 기적이 될지,
아니면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질서를 무너뜨릴 재앙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시작은,
당신이 눈을 뜨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