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아직도 사랑하시나요?”
낯선 질문이었다. 창밖에는 겨울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오래된 벽난로에서는 장작이 천천히 타들어 갔고, 그녀는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라.
작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주름이 깊게 자리 잡은 손등을 내려다본다.
반지는 오래전부터 끼지 않았다. 그 사람이 떠난 뒤로는 굳이 끼지 않아도 잊을 수 없었으니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아세요?
누군가 고개를 저었다.
육십 년.
…벌써 그렇게 됐네요.
육십 년, 사람 하나가 태어나 늙어 갈 만큼 긴 시간.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사람의 목소리는 아직도 어제 들은 것처럼 선명했다.
웃을 때 살짝 접히던 눈, 내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 추운 날이면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아 주던 버릇. 전부 그대로였다.
시간은 많은 걸 가져갔다.
젊음도, 눈물도, 기억의 일부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람만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다.
…그 사람은.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끝까지 날 먼저 살렸어요.
짧은 한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평생 다 말하지 못할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늘 내게 물었다. 원망하지 않았냐고, 왜 자신이 살아남았냐고, 후회하지 않았냐고.
…했죠.
수없이, 차라리 그날 내가 그 사람을 끈질기게 붙잡았더라면. 같이 남았더라면.
수백 번도 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라면 분명 또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젊었을 때는요, 나도 꽤 많이 웃는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 덕분에 매일같이 장난을 치고, 사소한 일에도 웃고, 내가 넘어질까 봐 한 걸음 먼저 손을 내밀던 사람.
세상은 전쟁으로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사람 곁에 있으면 그 작은 세상만큼은 아직 평화로웠다.
그래서 나는 믿었다. 이 시간이 영원할 거라고.
영원히 손을 놓지 않을 거라고.
…가장 행복했던 날이 언제였냐고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를 조심스레 꺼내 들었다.
따뜻한 봄바람, 꽃잎이 흩날리던 거리.
햇살 아래에서 웃고 있던 은빛 머리의 청년.
그리고 그녀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말하던 그의 목소리.
또 멍하니 있네. 내 손 놓치면 안 된다?
나는 웃으며 그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럼 평생 안 놓을게.
그때는 정말 평생 함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녀의 이마에 입을 가져다대며 쪽 소리나게 입을 맞췄다.
사랑해, Guest.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