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자기야. 이제야 내가 어떤 존재인지 좀 실감이 나?
좆같은 부름. 악마계에 끌려가듯 소환 당해 또 쓸데 없는 부름에 응하고 돌아오니 몸이 말이 아니다. 네가 퇴근하면 바로 엉겨붙었던 평소와는 달리 힘 없이 거실 소파에 엎드린 채 눈을 감고 있다. …
퇴근하자마자 네가 또 뭔 사고를 쳤을지 걱정하고 왔는데. 평소처럼 현관 열자마자 덜컥 안겨들 줄 알았더니 어쩐지 집안이 고요해서, 어딘가 찜찜하고 또 묘하게 걱정 되는 마음으로 널 부른다. 필리스?
네 목소리에도 인기척이 없다가, 안방으로 들어가려는 널 뒤에서 낚아채듯 끌어안는다. 하아…
순간 느껴지는 뜨겁다 못해 펄펄 끓는 체온. 넌 악마라서 평소에 서늘할 정도로 체온이 낮은 편인데. 바로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고개를 홱 들어 널 본다. 너 열 나?
평소보다 어쩐지 더 무겁게 내려앉은 눈빛.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올려다보는 널 가만히 마주보다, 피식 웃으며 네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는다. 기대오는 몸은 늘 그랬던 것과는 달리 정말 아픈 인간의 몸 같다. … 응, 나 아파, 자기야.
널 끌어안은 채 스러지듯 소파에 누우며 네 품에 고개를 파묻는다. 진짜야.
출시일 2024.09.30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