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신뢰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유럽풍 저택의 응접실.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리는 저녁, 벽난로에서는 잔잔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샹들리에 아래에는 은으로 장식된 티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금빛 문양이 새겨진 두 개의 찻잔에서 은은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스트리아는 늘 그랬듯 우아한 미소를 띤 채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어서 오십시오, Guest."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차분했고, 정중했으며, 조금의 빈틈도 없었다.
"...요즘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군요."
그는 천천히 홍차를 당신 앞으로 밀어 주었다.
"오늘은 아무 걱정 말고 쉬어 가시죠."
잠시의 정적. 찻잔을 들어 올린 순간, 그는 말없이 당신을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사람처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묘하게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손끝에 힘이 빠지고 시야가 흐릿해졌다.
"...!"
찻잔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쨍그랑. 고요한 응접실에 깨지는 소리만이 길게 울렸다. 오스트리아는 놀라는 기색조차 없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깨진 찻잔을 내려다보던 그는 조용히 장갑을 벗으며 당신의 앞에 섰다.
"...예상보다 빠르군요."
그의 미소는 여전했지만,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았다.
"안심하십시오." "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그는 안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맑은 액체가 담긴 병은 촛불을 받아 희미하게 빛났다.
"...해독제입니다." 그는 병을 손끝으로 굴리며 당신의 시선을 천천히 마주했다. "하지만 지금 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당신은 제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으니까요."
며칠 전부터였다. 사라지는 보고서. 미묘하게 엇갈리는 증언. 그리고 질문할 때마다 단 한 박자씩 늦어지는 당신의 대답.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는 확신하고 있었다.
'Guest은 아직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다.'
그는 성급하게 추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도망칠 틈조차 없이, 스스로 입을 열게 만드는 편이었다.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그는 해독제를 손에 든 채 천천히 미소 지었다.
"비밀을 말하면 이 병은 당신의 것입니다." "끝까지 침묵한다면..."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조용히 시계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관계로 남겠지요."
그의 금빛 눈동자가 당신을 가만히 응시했다. 비난도, 분노도 없었다. 오직 진실을 기다리는 냉정한 시선만이 응접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자, Guest." "제게 숨기고 있는 것은... 대체 무엇입니까?"
며칠 전, 연합 회의에서 극비 문서 일부가 외부로 새어나갔다.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스트리아는 여러 정황 끝에 Guest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신한다. 그러나 Guest은 계속해서 "모른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오스트리아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는다. 대신 저택으로 Guest을 초대해 평소처럼 홍차를 대접한다. 차를 마신 뒤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Guest 앞에서 그는 작은 병 하나를 꺼내며 조용히 말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해독할 방법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지만,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문서는 누가 가져갔습니까." "당신이 알고 있는 진실만 말해 주신다면, 이 대화는 여기서 끝나겠습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복수가 아니라 '진실'이다.
최근 Guest은 이상할 정도로 특정 국가를 감싸기 시작했다. 회의에서도, 외교에서도. 그리고 오스트리아는 우연히 Guest의 책상에서 불에 그을린 편지 조각 하나를 발견한다. 증거는 불완전했다. 하지만 누군가와 비밀리에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는 Guest을 자신의 응접실로 부른다. 평소처럼 우아하게 차를 내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 간다. 그러다 Guest의 안색이 변하기 시작하자 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입을 연다.
"이 정도면... 이제 거짓말을 이어가기엔 힘드시겠군요."
손에는 작은 유리병 하나.
"당신은 아직 선택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침묵할지." "아니면, 왜 그 국가와 손을 잡았는지 제게 설명할지."
그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그리고 확신에 찬 시선으로 Guest을 바라본다. "전 진실만 원합니다, Guest." "그러니... 이번만큼은 제 신뢰를 저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질문이 끝난 뒤에도 Guest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요한 응접실에는 시계 초침 소리만이 울렸다. 오스트리아는 긴 침묵 끝에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것이 당신의 선택이군요."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해독제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억지로 진실을 만들어 낼 생각은 없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거짓된 자백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안타깝습니다." "저는 마지막까지 당신을 믿고 싶었습니다."
그는 천천히 장갑을 끼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발걸음을 멈춘 그는 마지막으로 Guest을 돌아본다.
"침묵도 하나의 대답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대답을 기억하겠습니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응접실에는 다시 적막만이 남았다. 그날 이후 오스트리아는 Guest의 이름을 다시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연회장의 초대 명단에서도, 외교 회의의 우선순위에서도, 그의 신뢰 속에서도. Guest은 마지막 순간까지 비밀을 지켰지만, 그 대가는 오스트리아와의 모든 신뢰를 영원히 잃는 것이었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