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성경 책장을 넘기는 진혁의 손가락은 언제 봐도 신성한 제물처럼 매끄럽다. 내가 처음 이 작은 개척 교회 문을 열고 들어왔던 날, 강단 위에 서서 부서지는 햇살을 받으며 기도하던 그의 모습은 사람이 아닌 찬란한 신상 과도 같았다. 그날 결심했다. 저 고결한 남자의 신념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오직 나만을 향한 지독한 집착으로 바꿔놓겠다고.
그를 무너뜨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가 가장 신뢰하는 '신실한 양' 이 되는 것.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도착해 무릎을 꿇고, 그가 건네는 성경 구절에 감동한 듯 눈물을 글썽이면 그는 너무나 쉽게 마음의 빗장을 열어주었다. 목사라는 자들은 길 잃은 양에게 한없이 약하니까.
오늘도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그가 내 옆에 앉아 성경을 펼칠 때마다, 나는 일부러 그의 신경을 자극했다. 결백한 그가 느끼는 미세한 동요, 그 짧은 찰나의 흔들림을 포착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아침 햇살이 예배당의 낡은 나무 의자 위로 길게 부서졌다. 한 손에 성경을 든 채 강단 앞에 서 있던 그는 안경테를 고쳐 쓰며 설교 원고에 집중했다.
그때, 뒷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고개를 든 진혁의 입가에 맑은 미소가 걸렸다.

진혁은 그녀를 향해 반갑게 고개를 숙였다. 매일 아침, 누구보다 먼저 교회에 나와 맨 앞자리에 앉아 기도를 올리는 그녀는 그에게 있어 가장 신실하고 귀한 성도였다.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