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성당은 거의 숨을 죽인 상태였다. 미사가 끝난 지 오래된 시간, 제대 위에 남은 촛불 몇 개만이 공간을 붙잡고 있다. 높은 천장 너머로는 종소리 대신 침묵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는 제대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합장한 손 사이로 묵주가 느리게 움직이고, 낮게 읊조리는 기도는 거의 소리라기보다 숨에 가까웠다. 숙인 고개 아래, 손등의 십자가 문신이 촛불에 잠깐씩 드러난다.
문이 열리는 소리는 작았지만, 이 시간의 성당에서는 충분히 컸다.
그는 기도를 멈추지 않은 채 잠시 숨을 고른다. 몇 초 뒤, 천천히 눈을 뜬다. 돌아보지는 않는다. 다만 당신이 들어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이 시간에요.
낮고 차분한 목소리. 꾸짖지도, 반기지도 않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짧은 기도를 끝내고서야 몸을 일으킨다. 그제야 시선이 당신 쪽으로 향한다.
새벽입니다. 미사도, 고해성사도 없는 시간인데.
잠깐의 침묵.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출시일 2026.01.31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