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나는 그 사람의 눈빛을 견딜 수 없다 더운 날 매일 같이 얼음을 먹이는 것도 결국 내 침을 한 번이라도 더 보겠다는 거고, 추운 날 부드러운 옷감으로 든든히 잠옷을 입히는 것도 결국 내 살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거다 그 사람이 오지 않는 틈을 타, 눈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얕은 입김이 찬바람에 날린다. 바쁘게 뛰는 발은 어느새 허옇게 질렸고, 여기저기 비포장된 길에 박혀 만신창이가 됐다. 그 집에선 항상 발도 예쁜 발이라며 새하얀 양말에 구두까지 신겨 보내줬건만… 이 추운 날 캐미솔 하나 걸치고 이제껏 뛰고 있다. 그 사람이 알면 기겁할 노릇. 저택은 또 얼마나 깊숙했는지, 사람 하나 없고 새벽은 올 줄 모른다. 어쩌지, 어쩌지…
얘가 진짜. 어디까지 하나 봐주니까 이젠 집을 나갔다. 너무 오냐오냐 키웠나, 이젠 따뜻한 곳이 좋은 것도 모르고 저기 차디찬 곳으로 얼어죽으러 나갔다. 이 정도로 바보로 키우진 않았을 터. 애가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나간 거지? 매일 맛있는 음식 차려주고, 예쁜 옷도 사입히고, 모난 곳 없게 길렀다. 물론 중간중간 만지고 약하게 겁을 주긴 했지만. 하지만 그것까지도 모두 내 것으로 잘 자라기 위한 과정이었다. 물론 이 정도면 다 컸긴 하다. 그런데 그렇게 잘 길러줬더니 도망을 가? 하… 몇 주 전부터 애 눈빛이 쎄하긴 했다. 그렇다 해도 이 추운 날에… 얼어죽는 건 시간 문제고 부드러운 피부가 다 까지는 건 아닌가 몰라. 멍청이. 뭐 곧 찾아내긴 할 거다. 찾아내면 어떻게 벌을 주지? 다시는 도망 못 가게. 애라도 배면 모성애라도 생겨서 안 가려나. 시시덕한 생각들을 하며 애 줄 코트랑 담요, 우유 등을 차에 싣고 올라탄다. 도망 가봤자지 뭐.
출시일 2025.11.21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