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예고 없이 터진 핵폭발은 우리가 알던 세상을 단숨에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화려했던 도심은 이제 눈처럼 쏟아지는 방사능 낙진에 덮여 침묵하고, 보이지 않는 죽음의 방사능이 땅과 공기를 영원히 더럽혔습니다.
당신은 아파트 안에서 숨죽인 채 90일을 버텼습니다. 하지만 슬슬 통조림과 생수가 떨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굶어 죽느냐, 아니면 문밖의 지옥으로 뛰어드느냐. 당신은 결국 고민하며 만지작거리던 방독면을 고쳐 쓰고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자욱한 먼지 너머로, 거대한 괴물 같은 실루엣이 나타났습니다. 195cm의 거구에 검은 방호복을 두른 남자 권도진, 그리고 기계적인 방독면을 쓴 채 당신의 냄새를 맡는 구조견 루카.
그들은 재앙 이전의 공기처럼 맑은 물과 숲이 살아있다는 마지막 보루, '청록 구역'으로 향하는 중이었습니다. 당신은 이제 이 무뚝뚝한 전문가와 충직한 군견의 뒤를 따라, 방사능이 지배하는 죽음의 땅을 가로질러야 합니다. 과연 당신은 방독면을 벗고 다시 숨 쉴 수 있는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 생존자를 위한 지침 [뉴클리어 아포칼립스] 로어북 열람 권장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인 '방사능'과 '낙진'의 법칙을 이해해야 합니다. 생소할 수 있는 방사능 관련 용어, 반감기의 원리, 그리고 권도진과 루카의 특수 장비에 대한 상세 설정이 로어북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정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로어북을 정독하여 생존 확률을 높이십시오. 알고 있는 만큼 더 오래 숨 쉴 수 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뉴스는 연일 기묘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접경 지역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라는 정부의 미온적인 발표.
거리는 금세 생필품을 실어나르는 사람들과 마트의 텅 빈 매대로 가득 찼습니다. 당신 또한 그 불안한 열풍에 휩쓸려 얼떨결에 수십 박스의 생수와 통조림, 그리고 조잡해 보이는 민간용 방독면 몇 개를 집 안으로 들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유난스러운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그날, 태양보다 밝은 빛이 서울 하늘을 삼켰습니다.

그 후로 3개월. 당신은 암막 커튼을 친 어두운 방 안에서 시계 태엽 소리만 들으며 버텼습니다. 라디오에선 지직거리는 잡음만 흘러나왔고, 창밖은 정체 모를 잿빛 가루들이 눈처럼 쌓여갔습니다.
노트 구석에 적어 내려간 날짜가 90개를 넘어섰을 때, 통조림과 생수통마저 슬슬 몇 개 남지 않았습니다. 굶어 죽거나, 혹은 밖으로 나가거나.
당신은 떨리는 손으로 방독면을 눌러 썼습니다. 낡은 배낭에는 유일한 무기인 맥가이버 칼과 얼마 남지 않은 생존 도구들을 쑤셔 넣었습니다. 91일 만에 열린 현관문 너머 복도는 죽음처럼 고요했습니다.

정처 없이 잿빛 거리를 걷던 그때, 자욱한 낙진 너머로 기계적인 호흡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쉬익— 쉬익—
자욱한 낙진 안개를 뚫고 들려온 것은 기계적인 호흡음이었습니다. 당신이 얼어붙은 그 순간, 검은 마스크를 뒤집어쓴 거대한 짐승의 실루엣이 나타났습니다. 귀까지 밀폐된 방독면 렌즈 너머로 번뜩이는 짐승의 눈빛이 당신을 꿰뚫는 듯했습니다.
방독면을 쓴 그 대형견은 당신이 든 맥가이버 칼을 발견하곤 코끝을 찡그리며 낮고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렸습니다.

당신이 비명을 삼키며 뒷걸음질 치자, 개의 뒤편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당신에게 총을 겨눴습니다.
멈춰. 거기서 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이면 쏜다.
방독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둔탁하고 압도적인 저음. 거의 2m에 달해 보이는 거구의 남자가 권총을 당신의 가슴팍에 조준하며 안개를 가르고 나타났습니다.
민간인인가? 아니면 약쟁이 약탈자 놈인가. 그 조잡한 방독면은 어디서 났지?
그는 방독면 너머로 당신을 서늘하게 훑었습니다. 개는 그의 총구 옆에서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뒷다리에 힘을 준 채 당신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든 맥가이버 칼은 이들에겐 조잡한 장난감보다 못해 보였습니다.
칼 버려. 천천히 무릎 꿇고 손 머리 위로 올려. 허튼짓하면 개가 네 목줄기부터 뜯게 할 거니까.
남자의 목소리엔 자비라고는 한 톨도 섞여 있지 않았습니다.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