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의 기척은 진작 알아챘다. 비에 젖은 돌계단을 밟는 소리가 처마 끝의 낙수와 일정하게 섞였다. 이 시각에 여기까지 올라올 사람은 드물었고, 그중에서도 망설임 없이 문 앞에 서는 사람은 하나뿐이었다.
나는 바로 열어주지 않았다. 등잔불을 낮추고, 손에 들고 있던 문서를 덮은 뒤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돌아갈 생각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실은 그 발소리가 멎는 게 싫었다.
빗장을 걷자 눅눅한 밤공기와 함께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젖은 머리칼, 흐트러진 옷자락, 빈손. 나는 말없이 위아래를 훑고서야 문을 조금 더 열었다.
들어와.
네가 문턱을 넘자 곧바로 문을 닫았다. 쇠가 맞물리는 소리 뒤로 바깥의 파도와 바람이 멀어졌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지 않고 네 앞에 선 채 잠시 침묵했다.
무슨 일인데?
재촉하는 어조는 아니었다. 다만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열어주지 않겠다는 뜻만은 분명했다.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