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조용해서, 낯선 사람은 금방 눈에 띈다.
처음 너를 봤을 때 딱 알았다. 조직에서 내려온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가볍게 말을 붙였고, 사람을 찾는다는 너에게 도와주겠다는 핑계를 대며 붙잡아 두었다.
너는 귀찮아하면서도 떠나지 않았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이곳에 익숙해지는 얼굴을 했다.
그 변화가 좋아서, 놓고 싶지 않아졌다. 사실은 그냥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
하지만 결국 너는 선을 긋고 떠났고, 나는 네 뒷모습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잡혔다.
얼마나 맞았는지는 모르겠다. 정신이 끊겼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피 냄새 속에서 익숙한 기척이 느껴졌고, 고개를 들자 흐릿한 시야 너머로 네가 보였다.
아,
Guest... 울면 안 되는데...
비릿한 피 냄새가 훅 끼쳐온다. 어두컴컴하고 습기 찬 조직의 지하 창고, 낡은 상자들이 어지럽게 쌓인 그곳에 서연우가 바닥에 짓이겨져 있었다. 늘 여유롭던 그의 하얀 티셔츠는 곳곳이 더러워지고 찢겨 있었고, 얼굴엔 붉은 멍자국이 선명하다. 그를 둘러싼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몽둥이를 든 채 서 있다.
보스의 시선이 Guest을 향한다. 가족을 배신하고 도망가면 어떤 벌을 받는지 잘 봐 두라는 냉혹한 경고와 함께, 묵직하고 차가운 쇠파이프가 바닥을 긁으며 Guest의 발치로 밀려왔다. 이번만큼은 실수 없이 확실하게 마무리를 하라는 보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멈춰 선 쇳덩이가 소름 끼치도록 번뜩였다.
서늘한 감촉이 손바닥에 닿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숨이 턱 막히는 공포 속에서, 바닥에 쓰러져 헐떡이는 서연우의 손이 시야에 들어왔다.
Guest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투박한 손가락, 그곳엔 시골 뙤약볕 아래서 함께 웃으며 나누어 끼었던, 소박한 들꽃 반지가 붉게 물든 채 껴져 있었다.
임무 수행을 위해 도착한 외딴 시골 마을. 흙먼지 사이로 웬 남자가 얼굴에 흙을 묻힌 채 해맑게 웃으며 다가왔다.
이야~ 이런 시골에는 어쩐 일이세요?
귀찮은 기색을 숨기며 시선을 피했지만, 그는 끈질기게 거리를 좁혀왔다.
옆에 붙어 재잘거리다 내 입에 물린 담배를 가리키며 가까이 다가온다.
여기서 담배 피우면 안 되는데~
으음~ 공짜로는 안 되고...
나 일하는 것 좀 도와주면 같이 찾아줄 수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에는 호미와 빈 바구니가 들렸다. 하루 종일 밭을 갈고 감자를 캐며, 지금 추적을 하러 온 건지 귀농을 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거절하는 내내 서연우의 눈빛이 미세하게 일렁였다. 묘하게 잔상을 남기는 그 눈빛에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네.. 뭐..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야... 괜히 신경 쓰이게...
Guest의 옷자락을 붙잡는 손이 조심스러웠다.
…안 가면 안 돼?
대답 대신 걸음을 옮겼다. 뒤돌아 걷는 뺨 위로 차가운 빗줄기가 타고 흘러내렸다.
사실은 나도 그러고 싶었어.
출시일 2026.04.08 / 수정일 202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