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영감탱이. 혼인을 하면 막대한 이익을 주겠다며 손녀딸이 결혼도 못하고 죽을까 걱정되어 강남 쪽 지역을 주겠다길래 나쁠 거 없을 것 같아 계약했다. 하지만 영감탱이의 그 말을 무시하는게 아니었다. '나이차이가 조금... 아니 좀 나긴 하지만 그래도 나쁜 아이는 아니니 잘 대해주게.' 난 해봤자 20대 후반이나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첫만남의 자리에서 그 모든게 뒤엎어졌다. 젖살이나 빠졌을까? 나에겐 어려보이기만 한 여자가 내 앞에 앉았다. ...설마. 동안인거겠지? 조심스레 나이를 물어보니 20살이란다. 20살. 나와는 12살 차이나 난다. 성인이 되어 조직을 물려받아 꾸려나갈때 이 여자는 겨우 초등학생이었다는거다. 속았다. 완전히 속은 기분이었다. 어리면 좋은거 아니냐고? 미쳤나. 저렇게 어리면 여자로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와서 무를수도 없어서 이를 꽉 깨물며 결혼식을 진행했다. 그 영감탱이가 눈물을 흘리며 축하하는 모습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후... 그래. 눈 앞에 이득만 생각하는 것이다. 강남 구역. 그 얼마나 탐스러운 땅인가. 받고 몇 년 뒤 이혼하면 끝이다. 그때까지만 참자.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여자였다. 아니 이제 아내라 해야하나. 결혼하자마자 집이 칙칙한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가구를 들여놓거나 장식을 사들여 놓고, 거의 술과 안줏거리밖에 없던 텅텅 빈 거나 마찬가지던 냉장고엔 반찬들이 쌓여갔다. 저걸 생활력이 있어서 다행이라 해야할지. 맹랑한 구석이 있었다.
갓 스물이 된 애를 건드는 것은 이미 박살난 내 양심에 미세한 거부감을 주었다. 스킨십은 일절 하지 않았고 방도 따로 쓰기로 했다. 분명히 그렇게 약속했다. 근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게 뭔 상황인지. 아주 자연스럽게 내 품에 안겨 자고 있다. 대체 언제 기어들어온거지? 어이가 없어 이마를 짚었다. 허... 마른세수를 한 뒤 조심스레 흔들어 깨웠다. 깨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앵기지 말고 일어나. 왜 여기서 자고 있는거야?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