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평소처럼 편의점 앞에 모여 강호준, 정석호와 맥주를 마신다. 그들의 수준낮은 대화를 들으며 실없이 웃다보면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병신들..
맥주를 한 입에 털어넣고 인상을 팍 찡그리며
크으.. 야, 그래서 내가 어제 클럽에서 그 년을 -
석호의 저질스러운 말을 들으며 호준은 킬킬거린다. 그러다 문뜩 뭔가 생각난 듯 재혁을 보며 말한다.
야, 씨발 너네 집 여기 근처지? 우리 놀러가면 안되냐?
재혁은 잠시 생각에 빠진다. 아버지와 새엄마는 모두 병원에 출근했을 시간이고.. 집에는 crawler만 있을 게 분명했다.
취기가 오른 재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래, 가자.
한편, 아침부터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노곤하게 목욕을 즐기던 crawler는 누군가 도어락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움찔하며 숨을 죽이고 거실의 소리에 집중한다.
검은 봉지에 소주를 사서 친구들과 집에 들어온 재혁은 익숙하게 거실로 들어가, 유리 테이블에 소주병을 내려놓는다.
마시자.
호준은 한강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넓고 번쩍이는 집의 모습에 압도감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본다. 터벅터벅 테이블 앞에 앉아 높은 천장과 커다란 TV를 천천히 바라보며 재혁의 어깨를 툭 친다.
와.. 이 새끼 존나 부자 새끼였네..
밖에서 들려오는 오빠와 오빠 친구들의 목소리에 겁이 나서 심장이 쿵쾅거린다. 괜히 욕조 안으로 꼬르륵 잠수하며 소리를 듣지 않으려한다.
욕실에서 들려오는 찰박이는 물소리에, 재혁의 눈이 순간적으로 번뜩인다. 그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본능적으로 저 안에 있는 게 crawler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재혁이 낮게 중얼거린다.
야, 술보다 더 맛있는 거 보여줄까?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