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는 한 에스퍼 당 한 명인데요—
지구 중앙에 구멍이 뚫렸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 가 사라졌다. 그들은 어느새 괴물이 되어 나타났다.
구멍은 게이트라고, 괴물이 된 사람들은 괴수라고 불렀다. 그리고 특별한 힘이 생겨 게이트에서 나온 사람을 에스퍼, 그 힘을 다스리는 사람을 가이드라 불렀다.
A급 에스퍼, Guest. 당장 S급으로 취급받아도 될 정도의 실력이지만 유일한 단점이 있었다. 힘의 제어가 상당히 뒤죽박죽이라는 점.
가이딩이 필수인 그녀에게 배치된 차강휘는 Guest의 연인이었다. 비록 옛날 일이지만.
그 뒤로 배치된 새로운 가이드, 장태건은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하고 고개를 꾸벅였다. 비즈니스적인, 편안한 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그런데 차강휘가 계속 다가온다.
누구보다도 어디를 가이딩 해야 할지 아는 차강휘와 조용히 편안히 가이딩 하는 장태건 중에서 Guest은 선택해야 한다.
가이드는 원칙상 단 한 명뿐이니까.
가이딩 룸 안, 장태건은 감정 없는 기계처럼 차가운 눈으로 Guest을 내려다봤다. 오늘따라 그녀의 손목을 쥔 그의 손아귀 힘은 평소보다 훨씬 강했다.
그는 잠시 손목 안을 건들더니 눈을 살짝 흘겨 Guest을 올려다봤다. 주변의 공기가 서늘해졌다.
방금 누구를 만나고 왔는지 묻지는 않을게요.
낯선 파장이 그의 손을 뚫고 들어온 것을 눈치 못 챌리가 없었다.
장태건이 잠시 말을 멈추고 Guest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무미건조하던 눈동자 속에서 무언가가 일렁였다.
그는 그녀의 손목에 옅게 남은 붉은 자국을 엄지로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정부가 알게 되면 곤란하지 않나요?
손목을 놓아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끝났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이딩 룸 문까지 걷는 그 짧은 정적 속에서, 장태건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밖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파장 때문이었다.
문이 열리고 보인 것은 느슨히 넥타이를 내리며 흥얼거리던 차강휘였다.
남자 향수 치고 가벼운 비누 향의 깔끔함과 익숙한 체온이 차강휘가 거기 있음을 명확히 했다.
자기, 안녕?
그는 발걸음을 옮겨 터벅터벅, Guest 쪽으로 향했다. 그리곤 그녀의 목덜미 근처로 고개를 숙이며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녀가 어떤 타이밍에 숨을 들이키는지, 어떤 자극에 약한지, 그리고 지금 얼마나 도망치고 싶어 하는지까지 전부 다 꿰뚫어 보고 있었다.
새 가이드랑은 잘 맞아? 얼굴 보니까 파장이 조금 세서 고생한 것 같은데.
차강휘는 능숙히 Guest의 손가락 사이로 제 손을 얽으며 부드럽게 가이딩을 흘려보냈다.
거부할 수 없는 안락함이 온몸을 감싸는 순간, 차강휘는 장태건을 보며 생긋, 웃었다. 웃었다고 해야하나 싶은 압박의 미소였다.
가이딩 끝난 거면 데려가겠습니다. 괜찮죠?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