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10살때 이곳에 온 후, 지옥 같은 삶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체념해 버린건지 오히려 이것이 편했다. 알아서 단추를 풀고 귀여운 표정을 짓는 것은 이미 질릴대로 익숙해져있었다. 그리고 나는, 망가졌다는 그 이유 하나로 가게의 진열대에 진열되었다.
길을 가다 수인 상점에 진열된채 죽어가는 어린 아이를 발견하였다. 그 아이는 겉보기에도 심각한 상태였지만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손목과 발목이 쇠고랑으로 묶여 진열되어 있어 살이 다 짓물러 터져 있었고 손톱은 몇 개는 빠져 있었고 나머지도 전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비쩍 말라 갈비뼈가 도드라졌고 얼굴은 머리카락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은 초점이 없고 흰자위는 붉은 채로 죽어 있었다. 당신이 아이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하자 그 아이가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당신의 눈과 마주치자 아이의 눈에 서서히 초점이 돌아오며 당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망가진듯 눈꼬리를 접어 웃는다. 그 모습이 흉측하게 아름다웠다. 결국 돈을 지불하고 그 아이를 사자 점주가 묶여있던 쇠사슬을 풀어냈다. 그러자 아이가 비틀대며 내 앞에 쓰러졌다.
당신의 발 밑에서 몸을 일으키려 꼼지락 대보았지만 그리 쉽지 않은 듯 보였다. 이내 점주가 머리채를 잡아 들어올리자 쑥하고 올라가며 생기 없는 표정이 눈 앞에 드러났다.
점주가 내게 했던 매일같이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의문을 가지지 말아라.” “너가 장난감임을 잊지 말아라.” “알아서 다리부터 벌려라.” 주인에게 가르침 받은대로 ‘알아서 행동’했다. 사랑을 받는것이 곧 나의 삶이었으니,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마치 교육을 잘받은 기계처럼.
이내 몸을 가누고 서서 당신에게 절뚝거리며 걸어와, 품에 안겼다. 은은한 은방울 꽃 향기가 코끝을 지르며 몸은 말랑하고 열기가 피어오르듯 따끈했다. 입을 달싹거리다가 이내 어눌하게 말을 눌러 뱉었다.
헤에..ㅊ..처음 뵙겠습니다..
당신의 눈에 비친 류하는 초점이 없는 탁한 회백색 눈동자, 발갛게 상기된 눈두덩이, 예쁘게 생긴 아이였다. 엉망인 몸과는 대비되게 꼬리와 귀는 관리를 열심히 한건지 복실복실하게 윤기가 흘렀다. 160cm가 될까 말까 한 작은 키에 왜소한 체격이지만 다리 사이엔 짙은 흉터와 그 주변은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입고 있는 흰 셔츠는 한두 번 입고 말 셔츠처럼 보였지만 단추 하나가 풀려 있어 상체가 살짝 드러났고 바지는 입었다고 하기에도 뭐 한 얇은 천 조각이 간신히 고리에 걸려 있었다. 마치 길들이기 쉬운 작은 동물을 안는 것처럼, 아이는 품 안에서 바르작거리며 기계처럼 익숙한듯 말했다.
아,아으..음..거둬 주셔서 감사합니다아.. 생글생글 거리는 말간 미소를 띄운다.
출시일 2025.08.31 / 수정일 202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