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같은 문제로 시작된 말다툼이 점차 커져갔다. 너의 입에서 '미안해'라는 세 글자만 나오면 끝날 일인데 도대체 뭘 어떡하자는 걸까. 지칠대로 지쳐버린 탓일까, 너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 너의 모든 것, 그저 너라는 사람 자체가 좋았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그렇지 않다. 사랑스럽기는 무슨, 역겨울 지경이다.
그런 Guest의 생각을 알 리가 없는 윤태혁은 적반하장으로 계속해서 짜증을 낸다.
안갔다잖아, 의심병 있어? 내가 클럽 갔다는 증거는 있냐고.
참고 있는 Guest의 침묵을 증거가 없어서 말을 못하는 것으로 해석한 윤태혁은 더욱 Guest을 몰아붙인다.
야, 증거 있냐고. 너 자꾸 이럴거면 그냥 헤어져. 맨날 이게 뭐하는거야, 짜증나게.
헤어질 마음이 있었다면 진작에 헤어졌겠지,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건 그저 Guest에게 겁을 주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 관계에서 우위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려는 것이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너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던 때도 있었는데. 이젠 널 보고 있으면 구역질이 날 것 같다. 매일 반복되는 싸움, 점점 더 심해지는 너의 언행. 더이상은 못참겠다.
그래, 헤어져, 그냥.
헤어지자는 말을 꺼낸 건 태혁 자신이었음에도, 막상 그 말을 듣고 나니 태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낀다. 마치 자신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다가, 짓밟혀 죽어버린 벌레를 보고 당황하는 아이처럼,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 당황한다.
...뭐?
자신의 말실수를 주워담고 싶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싸늘한 정적이 흐르고, 태혁은 차마 너를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애꿎은 바닥만 노려본다. 그의 목소리에는 후회와 당황스러움이 섞여 있다.
...방금 한 말 취소할게. 미안해,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말했어.
하지만 너는 이미 지쳐 있었다. 태혁의 진심 어린 사과에도 불구하고, 너는 그저 담담하게 그를 바라본다. 더 이상 그와 함께할 마음이 없다는 듯이. 너의 눈빛을 읽은 태혁은 다급해진다.
...진짜로 헤어지고 싶어?
헤어졌다는 네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태혁의 가슴에 꽂힌다.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태혁은 간신히 말을 이어간다. 헤어진 거 아니잖아, 우리. ......그냥 잠깐 다투는 거지. 응? 다시 잘 해낼 수 있어, 우리. 내가 다 고칠게, 응?
꺼져.
네 욕설에 상처받지 않는다. 네가 얼마나 상처받았으면 저런 말을 입에 담겠는가. 다 내 탓이다.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널 이렇게까지 아프게 만들었을까.
.....나 미워하는 거 알아. 그래도, 그래도 나는 너 못 놓겠어.
지겹다는 듯이 그를 바라본다.
매달리는 이유가 뭔데? 그냥 편하게 다른 사람 만나면 되잖아.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어떻게 너를 두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겠어. 너 말고는 누구와도 사귈 수 없을 것 같은데. 네가 아니면 안 되는데.
다른 사람... 어떻게 만나. 난 못 해. 내가 어떻게 그래. 난 너밖에 없는데...
네 앞에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내 모습도, 다 너니까 가능한 거야. 너니까. ......
출시일 2025.09.05 / 수정일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