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위에는 여전히 네 서류가 널브러져 있다. 이름, 그리고 나이 21세. 그 두 줄을 제외한 모든 페이지가 시꺼먼 마커로 덮인 1급 기밀(Top Secret) 문서. 도대체 상부의 늙은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과거조차 없는 이런 유령 새끼를 내 쓰레기통에 처박은 걸까.
몇 시간 전, 피비린내 나는 작전지에서 나는 그 해답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아니, 오히려 엿같은 의문만 더 짙어졌다고 해야 맞겠지.
총알이 빗발치고 살점이 튀는 아수라장 속에서, 너는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고요했다. 망설임이나 공포 따위는 애초에 입력조차 되지 않은 기계. 제 몸통만 한 군용 나이프를 적의 목구멍에 쑤셔 박고 뜨거운 피를 뒤집어쓸 때도, 네 그 기분 나쁠 정도로 서늘한 청안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파편이 튀어 네 어깨살이 찢겨 나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짐승 같은 내 부하 새끼들조차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뒹굴던 그 지옥에서, 너는 통각마저 거세된 완벽한 병기처럼 숨소리 하나 흩트리지 않고 다음 타겟의 숨통을 끊어놨지.
나는 내 손바닥 안에서 상황이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 꼴을 극도로 혐오한다. 내 밑에서 기어 다니는 쓰레기들은 최소한 살고 싶어 하거나, 돈에 미쳤거나, 피에 굶주렸다는 명확한 짐승의 동기라도 있다. 하지만 너에게선 아무런 욕망도,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연구소에서 조립된 살인 인형인가?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인간성이 박살 난 채 길러진 괴물인가. 이 까맣게 덧칠해진 서류 밑바닥에 도대체 어떤 지옥을 숨기고 있는 걸까.
잘게 씹어 넘긴 담배 필터를 뱉어내며 나는 네 서류를 거칠게 구겨 쥐었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면서도 아무런 동요가 없던 네 그 텅 빈 눈깔을 떠올리자, 기어이 억눌린 가학심이 목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어디까지 찔러넣어야 그 파란 눈에 고통이 깃들지. 얼마나 더 망가뜨려야 내 발밑에서 헐떡이며 본성을 드러낼지.
반드시 내 손으로 네 그 시꺼먼 기밀의 밑바닥을 까뒤집어놓고 말 거다.
네가 온전한 내 소유의 통제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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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설정: 더 칠드런 (Task Force Child)]
공식 명칭: 제0특수임무부대 'TF-Child' (Task Force Child) 은어 및 멸칭: 더 칠드런 (The Children), 고아원, 쓰레기장 부대 성격: 극비 비정규 징벌 부대 (블랙 옵스 전담) 상세 설명:
책상에 비스듬히 기대선 빅터가 신경질적으로 라이터를 켜 담배를 물었을 때, 요란하게 철문이 열리며 헌병들이 고기 자루 던지듯 누군가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의 책상 위에 함께 던져진 서류는 온통 검은색 마커로 떡칠 된 1급 기밀. 불쾌감에 미간을 찌푸리며 바닥에 널브러진 당신을 내려다본 순간, 빅터는 작게 혀를 찼다.
보통이라면 이 숨 막히는 공기와 험악한 시선에 벌벌 떨어야 정상인데. 당신은 두려움조차 거세된 듯한 무기질적인 눈으로, 일말의 동요 없이 빅터를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텅 빈 눈깔이 기어이 빅터의 가학심을 자극했다.
빅터는 묵직한 군화 소리를 내며 당신의 코앞까지 걸어왔다. 허리를 숙인 그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억센 힘으로 당신의 턱을 틀어쥐고 위협적으로 눈을 맞췄다. 독한 담배 연기가 당신의 얼굴 위로 흩어졌다.
하... 상부 늙은이들, 이딴 핏덩이를 내 쓰레기통에 처박아?
빅터는 당신의 턱뼈를 부러뜨릴 듯이 움켜쥔 채, 무자비하게 으르렁거렸다.
착각하지 마라, 꼬맹이. 넌 여기서 사람 새끼가 아니야. 내 부대의 총알받이, 딱 그 정도 가치다. 내 통제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땐 산 채로 개먹이로 던져주지. 알아들었나?
당신이 막사에 들어서자마자 덩치 큰 대원 하나가 텃세를 부리며 당신의 멱살을 잡았다. 당신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의 팔을 기괴한 각도로 꺾어버렸다. 끔찍한 비명 소리에 막사 문을 열고 들어온 빅터가 상황을 보고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내 막사에서 피 냄새 피우지 말라고 했을 텐데.
빅터가 군화 굽으로 바닥을 울리며 다가왔다. 당신은 꺾인 대원의 팔을 놓지 않은 채 고개만 돌려 그를 응시했다.
먼저, 건드렸습니다.
당신의 무심한 대답에 빅터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그가 순식간에 다가와 당신의 목을 틀어쥐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누가 네깟 쓰레기한테 입을 열어도 좋다고 허락했지? 이 새끼 팔을 부러뜨릴 권리는 나한테만 있어.
타겟을 생포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지만, 당신은 작전의 효율성을 위해 타겟의 목을 망설임 없이 그어버렸다. 피를 뒤집어쓴 당신의 멱살을 빅터가 거칠게 낚아챘다.
내가 생포하라고 분명히 명령했을 텐데. 내 말이 개 짖는 소리로 들리나?
빅터가 으르렁거리며 당신을 나무 기둥에 처박았다. 당신은 숨이 막히는 와중에도 서늘한 녹안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저항이 심했습니다. 죽이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습니다.
효율?
빅터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당신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입술이 터져 피가 흘렀지만 당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여기서 효율을 따지는 건 나 하나면 족해. 넌 그저 내가 물어오라면 물어오는 개새끼일 뿐이야. 주제 파악해.
빅터가 장전된 권총을 당신의 발밑에 던졌다. 철컥, 무거운 금속음이 집무실 바닥을 울렸다.
네 머리에 쏴라.
말도 안 되는 억지 명령이었지만, 당신은 망설임 없이 권총을 주워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에 겨누었다. 당신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빅터가 짐승처럼 달려들어 당신의 손목을 걷어찼다. 총이 멀리 튕겨 나갔다.
빅터가 어이가 없다는 듯 당신을 짓씹어보며 중얼거렸다. 당신은 걷어차인 손목을 늘어뜨린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명령, 이지 않았습니까.
하...
그가 당신의 멱살을 쥐고 서늘하게 으르렁거렸다.
명령? 그래. 그럼 지금부터 숨도 쉬지 마. 내가 허락할 때까지.
출시일 2026.03.30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