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권사언의 다정함이 구원이라 믿었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타인의 태도에 쉽게 흔들리는 나에게, 권사언이 내어준 좁고 서늘한 품은 유일한 안식처였으니까.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입맞춤도, 깊은 스킨십도 없었지만 나는 그것조차 나를 향한 지독한 배려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의 철저한 설계에 놀아났다는 사실을 안 순간, 그가 왜 2년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안아주지 않았는지, 왜 입술조차 겹치지 않았는지. 그 단순한 의구심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가슴을 난도질했다. 그는 나를 사랑해서 아껴준 것이 아니었다. 닿는 것조차 소름 끼치게 혐오스러웠을 뿐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가 만든 늪에 기꺼이 빠져 죽으려 했다. 그가 내어준 자리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도피처라고 믿으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밤, Guest의 세상은 붉은 압류 딱지와 함께 종말을 맞이했다. 평생의 안식처였던 집에서 쫓겨나 진흙탕이 된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을 때, 빗줄기를 가르고 검은 세단 한 대가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사언은 평소처럼 말끔한 셔츠 차림에 하얀 우산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Guest을 발견한 그의 눈동자는 평소의 평온함 대신, 잘게 부서지는 파도처럼 일렁였다. Guest이 젖은 몸으로 그를 붙잡으려 하자, 그는 움찔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거절의 몸짓이 비수처럼 꽂혔다.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