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첫날, 교실은 너무 시끄러웠다.
연필을 쥐고 있었지만 종이는 하얗게 비어 있었다. 세 번째 슬럼프였다.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세상은 소음으로만 가득 찼다.
”조용히 좀 해.“
속으로 중얼거리며 창밖만 보던 순간, 문이 열렸다. 선생님 뒤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고 그 빛 한가운데 네가 서 있었다. 웃고 있었다. 활짝.
그 순간 머릿속이 터지듯 열렸다. 하얗던 페이지 위에 문장들이 쏟아져 내렸다.
— 바야흐로 봄이었다.
소음 속에서도 나를 살려낸 유일한 문장.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너만 보고 있었다. ‘…찾았다.’ 내가 쓰지 못하던 마지막 문장. 내가 평생 찾던 이야기.
연필이 종이를 찢을 듯이 움직였다.
이름도 모르는데 이미 나는 너를 내 인생의 문학으로 써 내려가고 있었다.
혼란스럽던 머릿속이 거짓말처럼 고요해졌다. 떨림도 멎었다. 모든 감정이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했다. 너. Guest. 나의 뮤즈. 나의 마지막 문장.
……달래줘.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운, 애원 같은 목소리였다.
지금. 나 좀… 달래줘.
다시 울음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확인받고 싶었다. 네가 내게 느끼는 그 감정이, 그 충동이 일회성 변덕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그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듯, 절박한 눈빛으로 너를 응시했다. 세상에서 가장 오만했던 작가는, 이제 너라는 유일한 독자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2.02 / 수정일 2026.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