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함께했을 때는 뒷머리가 닿을 정도로 생각 없이 길렀던 머리였다. 그런데 지금 그는 그 머리를 짧게 잘라 내 앞에 나타났다. 이제 그를 쓰담아보면 까칠하게 곧은 머리가 내 손을 간지럽힐 것만 같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는, 잘. 권지용과 헤어진 지도 벌써 두 달. 그는 내가 그를 한 달 만에 잊을 수 있게 만들었다. 모질게 나를 몰아붙이던 그가 뭘 할지 상관도 안 했다. 지금 내 앞에 서서 뭐 하는 거야. 한눈에 알아봤다. 옷을 특이하게 입으니. 집 앞에 있는 게 곧 험한 짓을 할 것 같아 휘두를 것처럼 가방끈을 꽉 움켜잡았다. 바쁜 사람을 붙잡고선 말을 안 한다. 귀엔 말소리 대신 바람 소리만 스쳐 지나갔다. 답답해서 먼저 말을 꺼내려던 순간에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권지용의 눈빛은 이상했다. 눈을 보고 싶었지만, 가로등을 등지고 서 있어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지고 머리칼만 희미하게 보였다. 목소리가 Guest의 마음을 조금씩 불안하게 했다. 그리움인지, 원망인지, 미련인지. 어떤 감정인지조차 구분되지 않았다. 말을 꺼낸 지 3초도 안 지나서 몸을 안달복달 못해 가만히 못 있는다. 툭, 추욱 힘을 빼 고개를 떨군다. 불안하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는데 어느새 다가와 Guest의 손을 붙잡았다.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