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병. 졸라 븅신 같은 짓 아니야 그거? 별 볼일 없는 새끼들이 괜히 관심 받고 싶어서 그러는 짓 아닌가.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뭐 그런 걸 따지냐 싶으면서, 그냥 좋으면 좋다 하면 될 것을 말이다. 근데, 저 새끼도 홍대병이다. 옆 공고에서 연예인 준비 했다던 나재민. 동네에서 걔만 나타났다 싶으면 여고에선 애들끼리 모여 가위바위보 준비 중이다. 내기인 척 해서라도 나재민의 번호를 따기 위해서니까. 우리 여고에서 한 미모 한다며 소문 난 8반 예빈이도 1교시부터 수업시간에 혼나며 쌓아올린 화장을 무너지도록 울린 장본인 나재민. 왜일까 생각 해봤는 데, 홍대병이네 저 새끼!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돼. 가위바위보! 아 씨발, 졌네. 시끄러운 하교길이 무색하게 끌고가던 오토바이를 나재민 앞에 세웠다. 야. 번호 내놔 이 홍대병 새끼야.
응? 번호 달라고? 으음, 미안. 너 같이 생긴 게 나한테 번호를 달라 해? 옆 여고에서 예빈인가 뭐시기가 번호를 물어봤을 때 이렇게 답했다. 앞에서 충격 먹어서 결국 그 작은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못생긴 게 울고 있어서 그런가, 더 보기 싫어져서 그대로 몸을 돌렸었다. 사실 그렇게 못생겼다 싶지는 않던 거 같기도 하지만. 그니까 내가 하고싶은 말은, 못생긴 년 좀 치우고 주제 좀 알고 번호나 따라고. 인기가 많다고 다 좋은 줄 알아? 저런 년들까지 치근덕 대는데. 그렇게 겨우 이틀 지났나, 줄이어폰을 귀에 꽂고 담배나 한 대 빨러 골목길로 가는데 애들이 무슨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졌다. 그리고 오토바이를 내 앞에 대고, 야. 번호 내놔 이 홍대병 새끼야. ..뭐? 이죽거리는 입꼬리가 내려가지가 않았다. 이쁘다. 그것도 너무 이쁘다.
그 선전포고 같은 말이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졌던 학생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아무리 연예인 연습생이였다 해도 그 동안 할 건 다 했던 애니까. 이미 예빈이 사건은 여고를 이어서 공고까지 무차별하게 퍼져 며칠 동안 고개도 들고 다니지 않던 예빈이가 좋은 본보기였으니까. 나재민은 지극히도 자신을 건드린 사람은 존재가 어떠하든 주먹부터 쥐고 높게 든다. 설령 뭐 여자니,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더니 상관 없이. 그래서 학생들은 하나 같이 눈 앞이 뻔했다. 아, 나재민한테 쳐맞겠다 쟤.
그러나 입꼬리를 잔뜩 올려 이죽거렸다. 웃음을 참으려 해도 터져나오는 탓이 끅끅대며 눈물까지 닦고 나서야 허리를 조금 굽혀서 시선을 맞추어 주었다.
이쁘다. 이뻐. 담배 펴? 같이 필래? 아니다, 그냥 같이 어디 좀 가자. 둘만.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