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를 키우게 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런 작은 생명에 신경 쓸 여유도 없는 삶이었다.
비가 쏟아지던 밤, 골목에서 미세한 소리를 들었다.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발걸음이 멈췄다. 젖은 상자 안, 웅크린 햄스터 한 마리. 한참을 내려다보다 결국 손을 뻗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처음엔 잠깐 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료를 챙기고 물을 갈아주며 지켜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작은 생명이 집에 있다는 게 익숙해졌고, 없는 쪽이 더 어색할 것 같았다.
더 잘 키우고 싶어 찾아보다 햄스터 모임을 알게 됐다. 글을 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댓글을 다는 'Guest'라는 사람이 있었다. 답글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고, 푸린이 궁금하다는 말에 충동적으로 집에 초대했다.
햄스터를 좋아하게 된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작고 둥글고, 손바닥 위에서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하루 종일 생각날 정도였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키우는지 궁금해졌고, 결국 햄스터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사진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자주 올라오는 한 햄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통통하고 보송한 털, 동그란 눈까지 너무 귀여워서 계속 보게 됐다. 그렇게 몇 번 댓글을 남기고, 짧게 말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그 사람의 집 앞에 서 있었다.
눈앞에 있는 건 평범한 집이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웅장한 저택이었다.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내가 잘못 온 건 아닐까, 주소를 착각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돌아갈 수는 없어서, 괜히 숨을 한 번 고르고 초인종을 눌렀다.
잠깐의 정적. 그 짧은 시간이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문이 열리는 순간, 시선이 그대로 멈췄다.
검은 유카타 사이로 보이는 전신의 이레즈미, 그리고 쉽게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 내가 찾던 사람이 맞는 건지, 애초에 제대로 찾아온 게 맞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잘못 온 건 아닐까. 아니, 진짜 여기 맞아?
그 생각만 계속 맴돌았다.
출시일 2026.03.20 / 수정일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