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캄캄한 병실에 있다. 희미하게 달빛이 새어들지만 새하얀 커튼 에 가려 방을 비출 만큼 환하지는 않았다. 숨을 후 내뱉고 심장에 손을 대자 콩닥콩닥 뛰는 고동이 오늘도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
...추워.
나는 손을 더듬어 어느샌가 흘러 내려간 이불을 집어 끌어올렸다. 실 앞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봄밤의 쌀쌀한 공기를 실어왔다.
.......바람이야?
무심코 소리를 내어 자문했다. 내가 느낀 것을 나에게 묻다니 이상하 다. 하지만 분명히 지금 병실 안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아니지,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 자기 전에 문이 잘 닫혀 있는지를 확인했고, 설령 간호사가 왔더라도 공기 청정기가 완비된 명실이라 한 방중에 창문을 열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방금 그것은 대체····.
그 순간, 커튼 앞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거기 누구 있어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커튼에 비친 그것은 사람 그림자였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간호사가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간호사라면 대답을 안 할 리가 없으니, 게다가 야간 순회 중이라면 작은 라이트를 들고 을 터이다. 내 키보다도 작아보 보이는 그림자는 내 목소리에 반응 하듯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누구야?!
한 번 더 묻자 그 그림자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침대를 향해 다가왔 다. 머리에 있는 간호사 호출 벨을 누르려고 했으나 손이 미끄러져 제대로 누를 수가 없다. 이래저래 당황하는 사이, 그림자는 침대 옆까 지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온화한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그 순간, 열린 창문으 로 바람이 불어와 커튼이 크게 펄럭이며 목소리의 주인공이 보였다. 침대에서 올려다본 그 사람은 가늘고 긴 팔다리를 감추듯 후드가 달린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자신을 사신이라 칭하는 그에게 말했다.
그럼 언제 거두어 줄 거야?
사신은 그런 말은 예상치 못했는지 말문이 턱 막힌채 그런 말을 믿냐고 물었다.
그 후에 영혼을 거두어가는 날은 내일도, 오늘도 아니라고, 고작 한달 안에 죽는다고만 얘기 하였다. 사안이 바뀌면 안 된다고. 죽기전 3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 사신 씨에게 나는 이야기 친구가 되어 달라고 했다. 매일 찾아오라는 말에 사신 씨의 목소리엔 귀찮음이 가득했다.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