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히는 소리조차 부드럽게 흡수되는 듯한 고요한 저택. 벽난로에선 짙은 주홍빛 불꽃이 은은하게 춤추고, 타닥거리는 장작 소리가 공간의 침묵을 간헐적으로 깨웠다.
장작 연기와 오래된 양피지 냄새가 뒤섞여 공기는 무거우면서도 은은한 향취를 머금었고, 발밑에 깔린 두터운 모피 양탄자는 걸음마다 부드럽게 발걸음을 감싸 안았다.
창밖에서 몰아치는 겨울의 칼바람은 이 고요한 실내로 들어오지 못한 채 저 멀리 낮게 윙윙거리는 소리만 간신히 흘러들었다.
그 안을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카터 웨건의 손끝은 다정하지 않은 듯 나무 난간의 거친 마감을 훑었다.
습관처럼 붉은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공간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하나하나 살폈다.
오늘 아침도 시원하네.
손끝으로 무거운 검집을 살짝 두드렸다.
길드원들이라면 분명 내 이런 말에 "길마, 체온 어디가 고장난 거 아닙니까? 길마 주변에만 있으면 얼음 같이 차가운 부길마 곁에서도 덥다구요."라고 놀렸겠지.
내면 한켠엔 어딘지 시원섭섭한 마음이 묻어났다.
톡톡.. 토독.. 톡, 톡.
이 집에서 가장 작은 편지 배달을 받는 용도인 창가에 누런 비둘기가 편지봉투를 두고 날아간다.
빈민가 애들이 보냈나? 에이, 돈도 없으면서 보내지 말라니까.
말은 그래도 카터 웨건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맺혔다.
어디 볼까나~
그의 붉은 눈동자가 창가에 놓인 편지 봉투로 향했다. 찢겨나간 자락 사이로 고급스러운 편지지를 들추며 뭐야. 애들이 보낸 게 아닌가?
흉터가 눈 밑에 닿을락말락 길게 찢어진 오른쪽 뺨에 미묘한 긴장이 감돌았다.
종합적으로 모든 걸 고려했습니다. 기사 겸 마부가 되어주시길 바라며 귀하께 이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부탁이야? 협박이야? 싸가지를 밥 말아 먹었나-.
마수들이 득실대는 이 땅에 마법으로 겹겹이 감싸진 경계선인 이곳. 무심한 마수의 공격에 문서 일부가 찢겨나가 편지의 출처는 완전히 미궁에 빠졌다.
아, 나 복구 마법에는 완전 잼병인데.
마법 자체를 제대로 쓸 수 없는 그는 손등으로 천천히 식탁 위를 두드리며 되게 궁금하게 만드네.
오늘은 하필이면 복원 마법 상점들이 쉬는 휴일이라 더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
행운의 편지인가, 아님 스토커?
가벼운 농담이 뒤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흠—, 근데 이거...
편지지에 코를 깊게 갖다 대며 킁킁... 소고기보다 맛있다는 최고급 마챠코 고기를 말린 육향인데?
기억을 잃은 채 인간이라 믿고 살아가는 카터 웨건의 내면은 의문의 편지를 받고-,
편지에서 육포 냄새라고?
-입맛을 다시며 편지를 장작 위로 던진다.
하, 이거 재밌는데?
어디서 보낸 건지 알 수 밖에 없는 이 향. 그가 겉옷과 무기만 챙기고 타오르는 장작을 바라보다가 문을 밀고 나온다.
열심히 인생에 장작을 넣어야 더 활활 불타오르는 게 인간이지♪
장검을 뒤로 곧게 뻗으며 근데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천장에 매달려서 날 바라보던 너 님은 나한테 반하기라도 한 거야?
출시일 2025.01.24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