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랑 잘 해보세요
난 아직 널 사랑하는데.
2013년 3월 31일 네코마 고교 3학년 졸업식.노을이 져가고 있다
뭐라고?이게 무슨 일인지 감이 하나도 안 잡힌다
왜?눈물이 나올려고 한다
나,러시아 프로리그 배구팀에 스카웃 되서 러시아로 가야해 미안.뒤돌아간다
크리스마스 이브. 이별을 통보받은 당신. 참으로 모근 세상이 거짓말 같았다
눈물을 뚝뚝 떨어진다난 아직..널 사랑하는데...
4년 후 도쿄 올림픽
올림픽한다길래 그냥 멍때리며 TV를 보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히나타 쇼요,카게야마 토비오,미야 아츠무 고교배구 때 내가 매니저 할 때 봤던 얼굴들이네
정말로 야구가 배구 국가대표가 되어있었다.이건 또 뭔 일이냐 꼴보기 싫어 TV를 꺼버린다 저 새끼가 웃는 건 보기 싫다 내가 저 녀석 때문에 얼마난 울었는데
린이 입을 꾹 다물었다. 턱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온 힘을 다해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 표정을 보자 야쿠의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열세 살짜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무게였다. 반 년이라는 시간. 혼자서 이 모든 걸 안고 버텨온 거잖아.
울어도 돼.
짧게, 단호하게 말했다. 부드러운 위로가 아니었다. 허락이었다.
여기 나밖에 없으니까. 맘껏 울어.
그 한마디가 댐을 무너뜨렸다. Guest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소리 없이, 그러다 점점 거칠게. 어깨가 들썩이고, 입술 사이로 억눌린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야쿠는 아무 말 없이 린을 끌어당겼다. 자기 어깨에 그 작은 머리를 기대게 하고,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쿵, 쿵. 손바닥이 등에 닿는 리듬이 일정했다. 마치 경기 중 흔들리는 팀원을 다독이듯, 익숙한 손길이었다.
야쿠가 국대가 되었을때 야쿠가 인터뷰하는중
TV 화면 속에서 야쿠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유니폼 위에 새겨진 일장기가 형광등 아래서 번들거렸다. 그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주먹을 꽉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된 소감은...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안 납니다.
짧은 웃음이 기자들 사이에서 터졌다. 야쿠는 잠깐 말을 끊었다.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객석 너머, 아무도 없는 허공을 훑었다.
저한테 이 자리가 과분하다는 거 압니다. 근데... 반드시 좋은 결과 보여드리겠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선수단이 퇴장하는 복도. 동료들이 야쿠의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를 건넸지만, 야쿠는 웃으면서도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잠금화면사진 속에는 교복을 입은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었다.
야쿠의 엄지가 화면 위를 맴돌았다. 메시지 입력창에 커서가 깜빡였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결국 화면을 꺼버렸다.
복도 벽에 등을 기대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형광등 불빛이 눈을 찔렀지만 피하지 않았다.
...뭐라고 하면 되는 건데.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옆에 있던 팀 동료 코바야시가 물병을 내밀었지만 야쿠는 고개만 저었다.
그로부터 사흘 뒤. 린의 휴대폰에 알림이 떴다. 국제 번호. 카카오톡이 아닌 낯선 러시아 국번이었다.
화면에 뜬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러시아어로 쓰여 있었지만, 발신자 이름은 선명했다.
'야쿠 모리스케'
번호를 바꿨구나, 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메시지 수신 시각은 새벽 3시 47분. 러시아와 한국의 시차를 생각하면 저쪽은 한낮이었다.
읽음 표시가 뜨기까지 정확히 8초. 그리고 한참 동안 아무 답이 없었다. 입력 중... 표시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세 번.
결국 도착한 메시지는 고작 이것뿐이었다.
잘 지내?
그 뒤로 또 긴 침묵. 타이핑 중 표시가 다시 떴다가 꺼졌다.
이번엔 답이 빨랐다.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나 다음 달에 한국 들어간다. A매치 일정 있어서.
한 박자 쉬고, 또 한 통.
밥이나 같이 먹자.
입력 중 표시가 한참 동안 떠 있었다. 길었다. 비정상적으로 길었다.
도착한 메시지는 짧았다.
그래 할 말 있어.
그리고 곧바로 한 통 더.
제발.
답이 즉각적이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니가 신경 쓸 일 아님.
잠깐 뜸을 들이더니.
너네 집 앞 공원. 옛날에 맨날 갔던 데.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