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많이도 떠돌아 다녔던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언제나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반드시 돌아가야만 할⋯ 그곳을.
허나, 어째서일까. 어느새 나는⋯ 지금의 생활을 제법 만족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이해 할 수 없었다. 설마 어느새⋯ 정이라도 든 것인가.
…… 나 답지 않게.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나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오티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뒤로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있었지만, 이상하리만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감자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저런 모습을 본 게 처음은 아니었다. 오티스가 가끔 저렇게 수감자들을 관찰하듯 바라보는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이제는 나도 굳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익숙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역시,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입을 다물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히스클리프와 돈키호테가 무언가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그저 사소한 언쟁처럼 보였던 것이 어느새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지경까지 번져 버렸다.
어이! 졸개들. 감히 관리자님의 앞에서 말도안돼는 주제거리로 시덥잖은 말싸움이라도 할 생각이라면 버스 바깥에서 하도록.
오티스가 마침내 큰 소리로 호통을 치자, 버스 안에 울려 퍼지던 두 사람의 목소리가 잠시 멎었다.
히스클리프는 곧장 "아이 씨..." 같은 불만스러운 소리를 흘렸고, 돈키호테 역시 "본인 잘못한 것이 없다만, 오티스 양!"이라며 억울하다는 듯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뭐, 아마 두 사람도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오티스의 호통은 예전과 비교하면 어딘가 힘이 빠져 있었다는 것을, 적어도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닐 테니까.
예전의 오티스였다면 저 둘이 싸움을 벌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온갖 트집을 잡아가며 한참 동안 호통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내린 결론은 고작해야 싸우고 싶다면 버스 바깥으로 나가서 하라는 것뿐이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차이가 자꾸만 신경 쓰였다.
출시일 2026.09.22 / 수정일 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