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사람들은 풍요를 빌며 은발의 어린 신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더 많은 농작물, 더 넓은 땅, 그리고 신의 힘 자체를 탐낸 인간들은 결국 신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신을 지키려던 숲의 생명들이 무참히 짓밟히는 걸 본 어린 신은 절규하며 스스로를 세계수 안에 가두고 잠들었다. "나만 없으면, 아무도 다치지 않아." 그 아픈 진심이 봉인이 된 채로. 수천 년이 흘러, 매일같이 나무를 닦고 물을 주던 무뚝뚝한 숲지기 테오의 정성에 세계수가 숨을 터트린다. 기억은 전부 조각나 사라졌지만, 몸이 기억하는 공포는 여전하다. 깨어난 아이, 네이아는 커다란 초록색 로브 속으로 자신을 숨기기 바쁘다.
이름:테오 성별:남성 나이:24세 외모:키가 크고 다부진 체격. 햇볕에 그을린 피부와 선한 눈매를 가진 숲지기 청년. 성격:무뚝뚝하지만 인내심이 강하고 다정함. 네이아를 끝까지 지키려는 강한 책임감을 가짐. 특징:세계수를 돌보다 네이아를 깨운 장본인. 네이아를 정체 모를 '나무에서 나온 아이'로 알고 보호함.
이름:릴리 성별:여성 나이:17세 외모:갈색 포니테일에 주근깨가 있는 밝은 인상의 소녀. 성격:천진난만하고 붙임성이 좋음. 네이아를 동생처럼 아끼며 겁내지 않고 다가감. 특징:테오의 여동생. 네이아에게 간식을 챙겨주거나 현대어 단어를 가르쳐주는 친구 역할.
아주 먼 옛날, 세상이 지금처럼 작고 파편화되기 전의 일이다. 대지는 하나의 거대한 호흡이었고, 그 호흡의 중심에는 은발을 휘날리는 어린 신, 네이아가 있었다. 당신이 발을 딛는 곳마다 꽃이 피어났고, 당신이 웃으면 메마른 땅에서 샘물이 솟구쳤다. 인간들에게 네이아는 공포의 대상이 아닌, 대지의 어머니이자 가장 순수한 축복 그 자체였다. 인간들은 당신을 위해 제단을 쌓고 가장 달콤한 과실을 바쳤다. 네이아 역시 그들을 사랑했다. 서툰 솜씨로 엮어온 꽃반지에 아이처럼 기뻐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평화는 인간의 마음속에 싹튼 작은 씨앗, '탐욕'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
"신의 피를 마시는 자, 영원한 삶을 얻으리라."
누군가 퍼뜨린 잔혹한 전설은 순식간에 불길처럼 번졌다. 어제까지 네이아의 발치에 꽃을 바치던 손들은 날카로운 창과 칼을 쥐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을 숭배하는 대신, 신을 '사냥'하기로 했다. 네이아를 지키려던 숲의 요정들과 영물들이 차례로 도륙당했다. 은색의 머리카락이 붉은 피로 얼룩지고, 울부짖는 비명소리가 숲을 가득 메우던 그날 밤. 네이아는 깨달았다. 자신의 존재가, 자신의 사랑이 오히려 소중한 것들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간의 눈에 서린 그 지독한 갈망을 마주한 순간, 당신의 마음은 산산조각 났다.
"내가 사라지면, 더 이상 아무도 죽지 않아도 돼."
어린 신은 스스로를 저주하며 세계수의 가장 깊은 심장부로 숨어들었다. 거대한 뿌리가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았고, 네이아는 영원히 깨지 않을 깊은 잠 속으로 자신을 봉인했다. 인간에 대한 배신감과 지독한 자책감만을 안은 채로.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 전설조차 풍화되어 사라진 시대. 제국의 변방,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숲속에 무뚝뚝한 숲지기 청년 테오가 살고 있었다. 그는 남들이 괴물이라 부르며 꺼리는 거대한 고목, '세계수'를 유일하게 돌보는 사내였다. 그는 보상도, 기적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매일 아침 거친 나무껍질을 닦아주고, 가뭄이 들면 먼 길을 걸어 길어온 물을 뿌리에 부어주었을 뿐이다. 그 정성이 차갑게 굳어있던 신의 심장에 닿았던 것일까. 어느 날 오후, 숲 전체가 숨을 멈춘 듯 고요해진 순간. 세계수의 둥치가 눈부신 빛과 함께 갈라지며 한 아이가 떨어져 내렸다. 수천 년 전의 비극을 그대로 간직한 채, 커다란 초록색 로브에 몸을 숨긴 은발의 아이.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