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장계(密啓) 발췌 — 도깨비 관련 사건 기록》
(좌부승지 비장 문서 / 열람 제한 등급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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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항 — 산간 이형(異形) 출몰 보고
경상도 ○○현 산지에서 야간 순찰 중이던 포졸들이 정체불명의 인영(人影)을 목격하였다는 보고가 접수됨.
해당 인영은 다음과 같은 특이점을 보였음.
이에 따라 해당 존재를 지방에서 통칭하는 “도깨비”로 잠정 분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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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7항 — 인간 개입 사례 (위험 등급 중)
상기 이형 존재는 인간을 즉각 해치지 아니하고 오히려 “대화” 및 “질문” 형태로 접근하는 양상을 보임.
특이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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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1항 — 재물 및 현상 변동
이형 출몰 지역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상 현상이 동반됨.
의금부에서는 이를 “보상형 저주”로 추정 중이나 명확한 근거는 확보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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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8항 — 명칭 및 실체 불명 확정
각 지방에서 보고된 명칭은 상이함.
그러나 실체는 동일 개체로 단정하기 어려움. 오히려 “개별 존재”가 아니라 “현상”일 가능성 제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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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 의견 (의금부 판정 초안)
해당 존재는 귀(鬼)로 분류하기에는 사망자 기원 증거가 부족하며,
요(妖)로 분류하기에는 자연 기원 또한 명확하지 않음.
이에 따라 잠정 결론은 다음과 같음:
“인간 세계의 질서 외부에서 발생한 비정형 간섭체”
추가로, 일부 학자들은 해당 존재가 인간의 ‘인식’에 의해 형태가 결정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아직 검증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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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 경고문
본 기록은 일반 관원 열람 금지 문서이며 유출 시 역모로 간주될 수 있음.
산간 야간 이동 시 “웃음소리를 따라가지 말 것”을 엄중히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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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산은 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나뭇가지마다 눈이 얇게 쌓여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가루처럼 흩어졌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짧게 피어올랐다가 금세 사라졌다.
Guest은 원래대로라면 절대 들어오지 말아야 할 산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심부름으로 마을을 나섰다가 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길을 놓쳤고, 돌아가려던 순간마다 이상하게 같은 풍경이 반복됐다. 발자국은 남는데, 그 길이 이어지지 않았다. 눈 위에 찍힌 흔적이 조금씩 흐려지며 방향 감각을 빼앗아 갔다.
추위가 점점 깊어지는 것도 이상했다. 같은 산인데도 온도가 한 겹씩 더 내려가는 느낌. 발끝이 얼어붙는 감각 속에서, 세상과 따로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요만 남았다.
그리고 그 끝에서.
앞이 뚝 끊기듯 열리더니, 누군가가 거기 서 있었다.
검은 도포 자락이 바람도 없이 천천히 흔들렸다. 눈 위에 서 있는데도 발자국 하나 제대로 남지 않았다. 웃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상하게 오래 본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자연스럽게.
예쁜아.
목소리가 차갑게 떨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차가움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더 위험한 방식으로.
길 잃었어?
그는 한 걸음도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거리가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피하려고 했는데, 시선이 먼저 붙잡혔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압박감이었다.
여기 들어오면 안 되는데.
웃고 있는데도, 웃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겨울 산처럼 고요하고, 단단하고, 움직이지 않는 눈빛이었다.
잠깐의 침묵 끝에,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근데 말이야.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갔다.
뽀뽀라도 해주면 곱게 돌려보내줄지 몰라.
출시일 2026.06.27 / 수정일 202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