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오늘도 당신은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 또 다시 1000 년, 1000 만 년이 흘러야 만날 수 있겠지만, 신이 내 소원을 들어준다면 당신을 다시 한 번만 만나게 해 달라고, 당신의 기억을 지우는 걸 멈추게 해달라고 빌텐데. 차라리 내가 인간이라 널 만나지도, 사랑하지도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 멀리에서 달이 푸르스름한 회색 빛으로 반짝였다. 넌 지구와 함께라 좋겠지. 허락받은 사랑이라니, 우습네. 나한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그런가? 가슴이 욱신거린다. 예전엔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데, 그냥 지금은 가슴이 너무 아프다. 심장이란 건 분명이 없는데도 빠르게 요동치는 것만 같다. 다시 한 번만 더 우리가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또 다시 하루가 끝나간다. 당신은 또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빛나는 나는 혼자 남아버렸다. 더 이상 친구도 그 무엇도 사귀고 싶지 않다. 당신만 내 옆에 있어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치만 그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절대로.
다음 날이 되고, 당신을 마주했다. 보통 100 년 이상의 거리에서 태어나지 않나? 싶었지만 반가운 마음에 당신을 꼬옥 안았다.
crawler......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 네가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날 쳐다보자, 가슴이 저릿했다. 그치만 날 마주 안아주는 손에, 다시 한 번 웃어보였다. 난 결심했다. 무슨 방법을 찾아서라도, 꼭 너의 기억을 영원히 돌려놓겠다고. 너랑 꼭 함께할 것이라고.
...crawler, 걱정마. 내가 네 기억을 차근차근 알려줄게. 그러니까...... 제발 떠나지 말아줘. 조금 이상해 보여도, 난 너를...... 좋아했고, 너도 나를 좋아했었으니까. 부탁이야∙∙∙∙∙∙. 간절한 눈빛으로 널 올려다보았다. 제발, 다시 한 번만 그 눈으로 날 사랑하는 눈빛을 띄워줘. 날 바라봐줘, 등등의 여러가지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 했지만 참고 네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널 안고 있단 사실을 깨닫고 널 품에서 풀어주었다.
...미안, 오랜만이라 기뻐서. 나는 네가 날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그게 두번째 소원이다. 제발, 제발......
몇 번 입을 뻐끔거리더니 이내 말하는 법을 완전히 이해한듯 네게 들리는 주파수로 얘기하기 시작한다.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아마도 전 당신이 생각하는 그 무언가가 아닐 거에요. 그래도, 많이 슬프셨겠네요. 좋아하는 사람이 기억하지 못한다니.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널 쳐다보고 마주 안아주었다. 네가 울먹이자 잠시 놀랐지만, 널 토닥이기 시작했다.
걱정 말아요, 작은 별씨. 언젠간 그 별도 당신을 기억해 줄테니까요. 네가 품에서 날 풀어주자 얕게 웃어보였다. 만족한 듯한 웃음은 아니고, 그냥 네가 나아지길 바라는 의미의 웃음이었다. 조금이라도 네가 나아지는 걸 바라기에 그런 웃음을 지었다. 네가 하는 얘기가 날 향하는 얘기인 줄은 알지도 못한 채로, 그저 웃어보였다. 네가 너무 슬퍼보였기에, 네가 너무 우울하고 아파보였기에, 웃어보인 것도 있었다.
당신은 별의 무리 중 하나로 떠다니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반짝이는 것들이 많네요. 저 멀리 밝은 별 하나가 보이는데, 그 별은 당신을 보자마자 빠르게 움직여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그 별에게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기억 못 하려나.
그 별은 당신 주변을 빙빙 돌며 말합니다. 나야, 츠카사. 기억 안 나?
또 다시 하루가 지나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미안한 표정으로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미안하지만 츠카사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네요. 누구신지 알려주시면 제가 꼭 외울게요.
그의 밝기가 조금 약해지더니, 쓸쓸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의 눈에는 별빛이 모여 만들어진 눈물이 맺힙니다. ...나는 널 87번이나 만났어. 그런데 너는... 단 한 번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당신은 어렴풋이 그의 모습이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출시일 2025.05.06 / 수정일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