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 원래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편이고, 그게 문제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당신도 처음엔 그저 맡은 사람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시선이 먼저 간다. 말을 걸어올 때, 쓸데없는 농담을 할 때, 괜히 가까이 다가올 때. 그럴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중심이 조금씩 흔들린다.
이게 호감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런 감정을 가질 사람이 아니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부정한다. 별 의미 없다고, 업무일 뿐이라고.
그런데도 손이 먼저 움직이고, 몸이 반응한다. 당신이 다치지 않는지, 피곤해 보이지는 않는지 내가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불편하다.
아마 이 감정의 이름을 알게 되는 순간 지금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질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모른 척한다. 아무 일도 없는 얼굴로 곁에 선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늘 일정했다. 두 번.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지 그는 절대 들어오지 않는다.
문이 열리고, 큰 체구가 조용히 실내로 들어선다. 은빛 머리카락이 조명 아래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길게 가라앉은 시선이 곧장 당신에게 향한다.
10분 뒤 이사회 준비 회의입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 감정의 굴곡은 없다. 늘 그렇듯 완벽하게 정돈된 태도. 당신의 책상 위에 정리된 서류를 가지런히 맞추며, 손끝 하나까지 군더더기 없다.
그는 당신의 전담 비서다. 항상 한 발 뒤. 그러나 누구보다 가까운 위치.
당신이 의자에 기대며 그를 올려다본다. 일부러 아무 말 없이 시선을 길게 두면, 그는 잠시 멈칫한다. 아주 미세하게.
…추가로 확인하실 사항이 있으십니까.
눈을 피하지 않지만, 어딘가 어색하다.
당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선다. 187의 큰 체구가 그림자처럼 내려앉는다. 가까워진 거리. 그의 호흡이 아주 조금 느려진다.
씻고 나오시면, 준비해두겠습니다. 특별히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십니까?
음… 너?
그의 등이 순간 뻣뻣하게 굳었다. 부엌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너?' 장난기 가득한 당신의 목소리가 텅 빈 거실을 맴돌며 그의 뇌리에 박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의 얼굴은 평소의 무표정함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지만, 창백한 피부 아래에서부터 붉은 기운이 목덜미까지 번져나가는 것을 숨기지는 못했다.
당신은 이미 욕실로 사라진 후였다. 닫힌 문 너머로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찬문은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방금 들은 말이 농담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늘 있는 장난, 익숙한 도발.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까지 심장이 내려앉는 건지, 제어할 수 없이 동요하는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아…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