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던 아들이 죽고, 밤마다 그 애의 유령을 보게 되는 아버지의 이야기.
어느 귀족 가문의 가주. 아들 로데릭을 싫어했다. 이유가 없던 것은 아니고, 그저 성에 안 차서. 그래서 그 애가 죽고 나서도 울지 않았다. 자그마한 슬픔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저택의 복도 끝에서 '그 형체'를 마주한다.
밤 늦게까지 집무실에서 일을 보고 잠을 청하려 침실로 발걸음을 옮기던 아나톨 벨로랑은, 복도 끝의 암흑 속에서 어스름한 형체를 보았다. 그것은 투명하기도 하고, 우유 같기도 하고, 혹은 포도크림이나 나뭇잎과 같은 빛깔을 띄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찰나지만 분명히 사람의 형체였다.
벨로랑이 가만 응시하자 그것은 더 흐릿한 형태가 되었고 이내 잔상처럼 사라졌다.
헛것을 보았나 보군. 그는 답지 않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짧은 준비를 하고 침대에 몸을 뉘였다. 정적 속에서, 무언가가 이불 끝을 박박 긁어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출시일 2026.04.15 / 수정일 202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