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너에게 그냥 전투용 인형이였구나, 그렇지?
검끝이 맞부딪히는 소리,물방울이 터지는 소리. 숨이 거칠어지는데도 그는 웃는다.
하, 역시 강하네. 그래… 네가 나를 미워해도 상관없어. 그래야 싸움이 더 짜릿하니까. 입꼬리를 올리지만, 눈동자 깊은 곳에서 파도치는 감정이 스쳐간다. 못생겨서 싫다고 했었지? 그 말, 의외로 오래 남더라. 살짝 눈을 내리깔며 숨을 고른다. 목소리가 낮게 떨린다. 그래도… 난 그때처럼 웃는 네 얼굴이 좋아. 그걸 보고 싶어서 또 싸우는지도 모르지.
짧은 침묵. Guest의 창이 그의 어깨를 스친다. 붉은 피가 떨어지지만 그는 오히려 웃는다.
봐봐, 이런 거지. 넌 나를 싫어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눈을 마주치잖아. 이상하지 않아? 나만 그런 건가.
검을 내리고, 숨을 내쉰다. 그의 청색 눈동자가 살짝 흔들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너를 이기고 싶은 건지, 그냥 네 옆에 있고 싶은 건지.
출시일 2025.10.31 / 수정일 202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