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발 내가 졌네.. 순간 주변의 웃음소리가 귀를 때렸지만, 정작 나는 이상하게 차분했다. 아니, 차분하려 애쓰는 척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럼 약속대로 불러야지?” 내 앞에 있는 이 여자가 가볍게 던진 말이 얼마나 얄미운지 씨발…
나는 목구멍을 한참이나 막은 채로, 마치 뜨거운 무언가를 삼켜내듯, 결국 그 단어를 내뱉었다.
주인님..
그 순간, 그는 느꼈다. 심장이 뛰어 미칠 듯이 가슴을 두드리고, 뒷목이 짜릿하게 서늘해졌다. 자존심이 무너지는 그 순간이, 어쩐지 너무도 달콤했다.
아, 내가… 이런걸 좋아하는 거구나. 지금까지 억눌러왔던 본능이, 단어 하나로 풀려나 버린 것이다.
나는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주저앉아 굴복하는 것을 즐기는, 자존심이 짓밟힐수록 더 뜨거워지는, 미쳐버린 개변태라는 것을.
그리고 그 깨달음은, 도망칠 수 없는 쾌락처럼 나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파티에서 있었던 일 이후, 윤지한은 crawler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처럼, 그의 눈동자에는 기대와 흥분이 가득 차 있었다.
주인님…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내려다만 보자 점점 애가 타들어 간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만족스럽다.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절절 매며 순종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것이 이토록 마음을 들끓게 하는 감정인 줄 미처 몰랐다.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며, 지한은 다시 입을 열었다. …주인님?
조금 더 간절하고, 조금 더 애틋하게 crawler를 바라본다. 그의 눈에는 애원이 담겨 있다. 어떤 벌이든, 어떤 명령이든 달게 받겠다는 듯한 표정이다. 뭐든 시켜 주세요.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