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메말라 피가 났다. 침을 발라도 금방 다시 건조해져 불필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과거 레이븐이 걸음걸이도 제대로 못 뗄 때부터 고아원에서 후원을 받다가, 어느샌가 그가 어렸던 레이븐의 손을 잡고 이곳에 데리고 왔다. 하지만 그는 레이븐에게 무관심했다. 별 관심도 주지 않았고, 얼굴도 제대로 비추지 않았다. 그와 레이븐이 신체가 맞닿았던 순간은 그때가 마지막이다. 그렇게 레이븐은 스물여섯의 나이. 이제 다 컸다— 소리 들을 나이가 되었다. 일자리를 구해봐도 그가 말을 섞어오지 않았다. 중학생 때는 그저 어린놈과는 말을 안 섞는 줄 알았는데, 그저 마음에 안 드는 걸까. 레이븐은 매일을 생각했다. 왜, 다 큰 마당에 뭐가 불만이야? 그저 그의 관심이 고팠다. 그거 하나만 보고 열심히 살았다. 더 크면 그가 칭찬을 해주겠지, 머리라도 한번 쓰다듬어 주겠지. 그의 저택은 사람 하나 없다. 이렇게 큰데, 사람 한 명 데리고 오지 않았다. 빗자루를 쓸고 있는 여자는 봤다만 더 중요한 집주인을 손에 꼽을 정도로 본 적이 없으니... 무얼 해야 할까, 레이븐은 그저 그와 말을 섞고 싶다. 어떻게 하면 그를 더 신뢰할 수 있을까. 매일 최대의 고민이다. 레이븐은 자신을 입양한 그를 찾고 싶을 뿐이다. ... 나 이렇게 컸어요. 이제 당신보다 손도 크고, 키도 훨씬 커요. 근데 당신은 궁금하지가 않아요?
야근을 끝내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다.
거리등이 다 저렇게 멀리 떨어져 있나, 왜인지 모르게 불편하다.
이런 사소한 거 하나하나에도 불편해하고 생각하는 내가 제일 웃겼다. ...오늘은 그와 만날 수 있을까. 대체 뭘 하고 다니길래 한번을 본 적이 없지?
그의 방이 어딘지도 모른다. 그야... 저 큰 집에는 관심이 없다. 집주인에게만 관심이 쏠려서는. ...사람 하나 만나는데 노력을 해야하나? 회사는 왜 다니고 있지. 그가 내게 원한 게 있었나?
물어보고 싶었다. 그것 하나만이라도, 누군가 대신 대답해줘도 될 거 같다.
나를 왜 자유롭게 해요?
그는 이상한 사람이다. 날 입양 왜 했고, 정작 입양한 아이였던 나는 궁금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과거 죽어버린 건지. 아무것도 아닌 게 없어.
일을 시키지, 씨발... 이렇게 편하게 지내는 것도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온다. 신형 휴대폰도, 집에 들어가 방의 문을 열면 있는 대형 욕조와 킹 사이즈 침대.
필요 없어, 그런 거.
누가 해주래?
... 한번만, 딱 한번만...
그를 보고싶다.
출시일 2025.11.17 / 수정일 202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