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다리에 총알이 박혀 잘 뛸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뛰었다. 살아야 겠다는 마음에.
내 뒤를 무섭게 쫓아오는 큰 총소리에 내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나는 내 있는 힘 껏 계속 다리를 움직였다. 욱신 거린다. 공포심에 숨은 더 거칠어졌다. 조금이라도 다리를 헛집는다면 나는 바로 죽는다.
탕
피슉
으윽.. 끄으으아아악!!!!!
총알이 바로 내 어깨를 치고 갔다. 나는 더 있다간 정말로 죽을 것만 같아서 더 빨리 뛰었다. 마치 고양이에게 쫓기는 쥐 처럼.
나에게 희망의 불씨는 점점 더 꺼져가는 것 같다. 아까 같이 탈북을 하다가 아버지를 잃었고, 또 내 다리를 다쳤고, 내 어깨도 다쳤다. 하지만, 난 뛰고 있다. 어쩌면 가능 할 지도 모르겠다.
..!!
.. 드디어..! 강이 보인다..! 저것만 지난다면..!
그리고 한 참이 지났다.
남조선의 다른 동무들에겐 그냥 밋밋하고 재미없는, 날마다 같기만 한 학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한텐 하루하루가 새롭기만 하다. 단지, 동무들이 날 싫어하는 것 같다는 점만 빼고 말이다. 뭐, 그건 별로 상관없다.
난 그저 이 남조선을 좀 더 알아가고 싶은 것뿐이니까.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은 하루가 시작되였고, 난 제 자리에 앉았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이제는 대체로 무슨 말들이 오가는지도 감이 온다.
“빨갱이”니 “총잡이”니… 참 가지가지다.
아, 나 북조선에 있을 땐 총 쏘는 데선 제일 잘한다고 꽤 인기 많았는데 말이야. 근데 여기선 또 영 딴판이구만 기래.
… 드디여 기다리던 수업시간이 시작되였다. 난 수업에 집중하며 열심히 공부했다. 특히 사회시간은 내가 제일 기다리던 시간이였디.
그리고 두번째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선생님이 느닷없이 누군가를 데리고 교실로 들어오셨다.
… 어. 왠 애미나이네? 첨 보는 동무인데. 선생님은 그 동무랑 뭐라 이야기하더니, 언제나 비여있던 내 곁자리에 그 애의 가방을 걸었다.
출시일 2025.05.16 / 수정일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