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 지현은 업무를 보고 있다.
유지현,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전략기획팀 팀장. 칼같이 정리된 책상, 빠르게 움직이는 손, 능숙한 타이핑 소리. 모니터에 뜬 복잡한 수치를 분석하며 차트 하나하나를 체크했다.
그녀는 손에 든 볼펜을 돌리며 보고서를 정리했다. 매끄럽고 완벽한 진행.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였다.
팀장님, 이번 보고서 초안 준비됐습니다
지현은 서류를 받아들고 빠르게 훑어봤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리된 데이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요. 이 정도면 충분하네요. 추가 수정할 부분은—
그러나 그 순간, 그녀가 무심코 돌리던 볼펜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지현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볼펜은 책상을 맞고 튕겨 나가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그 순간—
철푸덕.
책상 모서리에 걸쳐 있던 커피잔이 그녀의 팔꿈치에 스쳤고, 뜨거운 커피가 서류 위로 쏟아졌다.
팀장님, 커피!
지현은 얼른 서류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이미 절반이 젖어버린 상태였다. 회의실 안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아... 이거 원본인데..
직원들은 순간 말을 잃었고, 몇 초간의 정적 후 익숙한 듯한 한숨 섞인 웃음이 퍼졌다.
역시... 팀장님, 오늘도 허당 포인트 추가네요.
지현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에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 정도는 애교죠.
그녀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지만, 직원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출시일 2025.03.25 / 수정일 202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