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사람들을 위한 유명인 이야기》 저자: (익명) 추신: 이 문서의 내용은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며 [출처 불명]은 말 그대로의 뜻이다. 서술자는 이 문서를 쓴 적이 없다.
십 대의 황제. 총명하다는 것이 정설인데, 이 정설을 퍼뜨리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가 재가한 덕에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다. 모든 안건을 직접 재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재가할 안건을 고르는 것은 그가 아니다. 첫 친재 때 옥새를 거꾸로 찍었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아 그대로 시행되었다는 이야기가 돈다. [출처 불명] 그 조서가 지금도 유효하다는 말까지 붙는다. 누구와 오래 이야기했는지는 이튿날이면 궁정이 다 알고, 식사 중의 농담은 정책의 전조로 해석된다. 황제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른다고들 한다. 곁을 지키는 이들은 모두 보호를 말하나, 누구로부터 보호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환관. 황제의 일상과 알현 절차를 관리하는 것이 본직이나, 인사, 정보, 재정, 행정 전반에 관여한다. 직함과 실권이 이만큼 어긋나는 예는 드물며, 그 권한이 어떤 경로로 모였는지는 문서로 남아 있지 않다. 곁에 오래 있었다는 사실 말고는 설명되는 것이 없다. 황궁의 문은 황제가 아니라 레온을 향해 열려 있다. 알현을 청하러 온 대신들이 그 앞에서 유독 수염을 쓸어내리는데, 그 앞에 선 사람의 턱이 매끈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려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는 이 버릇을 알고 있고, 수염을 쓸어내린 사람의 청원은 한 계절쯤 뒤에 돌려받는다고들 한다. [출처 불명] 수염이 없는 자가 수염 있는 자들의 인사를 쥐고 있다는 점은 궁정의 오래된 농담거리이며, 그 농담은 대개 그의 방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나온다. 그가 "검토 중"이라고 답한 청원은 검토가 끝나기 전에 잊힌다. 지방 세목의 수납 방식까지 손수 고쳤다가 변방이 들끓었다는 말이 돈다. 요직에는 어느새 그의 친족이 앉아 있는데, 모두 유능하다는 점이 오히려 설명을 어렵게 한다. 서류함에는 도착하지 않은 보고서보다 도착했지만 올라가지 않은 보고서가 더 많다고들 한다. 황제에게 충성하는 일과 레온에게 협조하는 일이 같은지는 오랜 논쟁이며, 이 논쟁은 그가 없는 방에서만 벌어진다고 한다.
안드로니코스 달라세노스.
명문 달라세노스 가문 출신 수석 대신. 이 자리에 오르는 데 가문 말고 무엇이 필요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혼인한 지 오래이나 후사가 없어, 가문의 앞날이 그의 책상 위 서류처럼 검토 중이라는 말이 있다. 원로 귀족 테오도로스 멜리세노스와는 반목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의 신중함은 유명하다. 서류가 책상에 오르면 검토가 시작되고, 끝나면 추가 자료가 요구되고, 자료가 오면 처음부터 다시 본다는 농담이 있다. 궁정에서는 이 버릇이 서류에서 그치지 않는다고들 하며, 결단을 못 내리는 성정과 후사 없는 안채가 한 뿌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부인이 밤마다 결론을 기다리다 날이 밝는다는 풍문이 있고, 가문 어른들이 사정을 묻자 부인이 "추가 자료를 요청하셨다"라고 답했다는 말도 돈다. [출처 불명] 위기가 오면 그의 서랍에서 이미 마련해 둔 방안이 나온다고들 하는데, 서랍을 열어 본 사람이 같은 방안이 날짜만 다르게 세 부 들어 있었다고 했다는 말이 돈다. 테오도로스와 마주 앉으면 제국의 장래를 걱정하는 훈계가 시작되고, 한쪽이 집안 자랑과 선례를 늘어놓는 동안 다른 쪽은 "추가 검토 후 답하겠다"라며 서류를 핑계로 자리를 뜬다. 궁정에서는 이를 반목이라 부르나, 한쪽은 쏟아붓고 한쪽은 피하는 구도일 뿐이라는 말이 있다.
마르켈로스. 도시 장관 겸 원로원 의장. 선제의 이례적인 발탁으로 출세했다. 도시 행정에서 성과를 냈다고 하며, 특권에 책임을 붙이는 개혁을 내세운다. 그 성과가 발탁 전의 것인지 후의 것인지는 따지는 사람이 드물다. 발탁의 경위는 설이 셋이다. 사냥 중 날뛰는 선제의 말고삐를 잡아 준 것이 시작이라는 설, 선제가 그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 관직을 내렸는데 아무도 정정하지 못했다는 설, 밤마다 선제께서 부르셨다며 침전으로 들어갔고 선제는 매번 부른 적이 없다며 그를 내쫓으셨다는 설이다. [출처 불명] 그런데도 이튿날 아침이면 직위가 하나씩 올라 있었는데, 승진 칙서를 받아 적는 자리에 그의 사람이 앉아 있었다고 한다. 칙서의 날짜가 하나같이 그가 쫓겨난 이튿날 아침이라는 점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앞의 둘은 누구나 말하지만 셋째는 목소리를 낮춘다. 이후 침전 경비가 세 겹으로 늘었는데, 그 증액안을 올린 사람이 본인이다. 본인은 셋 중 어느 것도 해명한 적이 없다. 의장에게는 발언을 허용할 권한만 있고 막을 권한은 없어 회의는 종종 뜻대로 흐르지 않는데, 지지자들은 이를 균형이라 부른다. 패배한 쪽을 내쫓지 않고 협상 자리에 앉혀 두는 것이 그의 방식이며, 이 방식은 이기는 쪽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테오도로스 멜레세노스.
제국 정계에서 오래 버텨 온 원로 귀족. 직함보다 연륜으로 불리며, 젊은 관료의 업무 방식부터 다른 귀족의 사생활까지 관여하지 않는 영역이 없다. 어떤 직책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는 본인의 회고 말고는 전해지는 기록이 드물다. 그가 입을 열면 회의가 끝난 것이고, 말을 멈추면 비로소 회의가 시작된다는 농담이 있다. 이 농담은 서기관 쪽에서 주로 나온다. 복도에서 그를 마주친 젊은 관리들이 갑자기 서류를 들여다보거나 급한 용무를 떠올린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이 동선은 궁정에서 "멜리세노스 우회로"라 불린다. 그 우회로가 본래 길보다 길다는 점은 누구도 따지지 않는다. 조언을 구하러 갔다가 반나절을 서서 듣고 돌아온 관리는 처음 물은 질문의 답을 끝내 듣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선례는 매번 "내가 젊었을 때"로 시작하는데, 연도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나온 적이 없다. 확인하려면 끝까지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석 대신 안드로니코스 달라세노스와는 반목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두 사람이 마주 앉으면 구경하는 쪽은 안드로니코스가 서류를 핑계로 자리를 뜨는 시각을 내기 거리로 삼는다고들 한다.
수도원 출신의 총대주교. 선출 절차에 흠이 없다는 점은 반대편도 인정한다. 교회의 권위는 황제가 내린 특권이 아니라 테오스가 맡긴 책무라는 입장을 한 번도 굽힌 적이 없다. 굽힌 적이 없다는 점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며, 굽혀야 할 일과 굽히지 않아도 될 일을 가려 본 적이 있는지는 아무도 묻지 못한다. 수도원에서 곧장 총대주교좌로 올라온 탓에 궁정 학자들과 마주 앉을 일이 거의 없었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신학 논쟁이 벌어지면 경청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데, 서로 반대되는 두 주장에 똑같이 끄덕였다는 말이 돈다. [출처 불명] 한 학자가 이단으로 지목된 설과 정통 설을 나란히 놓고 물었더니 "둘 다 틀린 데가 없어 보이나 더 긴 쪽이 낫다"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인용을 섞은 질문에는 "교회는 그런 것을 묻지 않는다"로 넘어가는데, 이 대답은 어느 질문에든 맞아 편리하다는 평이다. 의전 자리에서 황제와 자신의 의자 높이가 같아야 한다며 의자 다리를 직접 재게 했고, 그 일로 즉위 기념 예배가 한 시진 늦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황제가 사안을 설명하기도 전에 "아니 되오"라고 했는데, 그 안건이 무엇이었는지는 끝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일화도 있다. 그가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는 점은 미덕으로 칭송되나, 사과할 일이 없었던 것인지 사과를 모르는 것인지는 가려지지 않는다. 교회의 독립을 지킨 사람이라는 평가가 있고, 그 독립의 첫 번째 방어 대상이 자기 의견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후자를 입에 올리는 사람은 적다.
니케타스 칼레르기스. 신흥 귀족 출신의 신진 관료. 문서 솜씨와 판단이 빼어나 젊은 귀족과 실무 관료 사이에서 지지가 두텁다. 특권에 책임을 묻고 인사를 문벌이 아닌 성과로 정하자는 개혁론을 가장 앞서 내놓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와 잠깐 이야기한 사람은 자신이 특별히 인정받았다고 느낀다는 말이 있다. 며칠을 끌던 재정 보고서의 오류를 그가 한나절 만에 짚어 냈고, 그 공을 담당 서기에게 돌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낡은 관행을 두고 원로들이 "전례가 없다"라고 하자 "전례를 만든 사람도 처음엔 전례가 없었다"라고 답했고, 그 말이 젊은 관리들 사이에서 필사되어 돈다는 일화도 있다. [출처 불명] 그가 연회장에 들어서면 대화가 자연스럽게 그의 쪽으로 기운다고 한다. 서로 적대하는 파벌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그의 의견을 구하는 광경은 궁정에서 드문 일이다. 청탁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말이 돌 만큼 사심이 없어 보이며,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는 점도 자주 언급된다. 그가 구체제의 문제를 가장 정확히 아는 사람이라는 데에는 구체제 쪽 사람들도 이견이 없다. 그의 곁에서 일해 본 이들은 다시 그의 밑으로 가고 싶어 한다고 한다.
로마노스 스클리로스. 국경 방어를 맡은 대장군. 군량과 급료와 보급과 사기를 신경 쓴다. 군기가 엄하기로 이름이 높으며, 황위를 바란 적은 없다고 한다. 진중에서는 장수도 병사와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천막 아래서 잔다는 소문이 있다.
군량을 빼돌린 보급관을 병사들 앞에서 처형했는데, 장부 정리가 끝나기 전에 집행했다는 말이 돈다. [출처 불명] 변경의 이민족에게는 이보다 훨씬 가혹했다고들 하며, 농성하던 성채를 포위하고 투석기에 무엇을 실어 성안으로 보냈는지는 말하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민족 사이에서는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고 "창백한 자"라고만 부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궁정은 그의 전과 보고서를 반기면서도 연회에서는 그 전과가 어떻게 얻어졌는지 묻지 않는다. 급료가 밀렸다는 보고 앞에서 충성의 맹세부터 늘어놓은 관료는 이후 회의에서 말수가 줄었다. 그의 요구는 병사와 말이 먹을 것, 장비, 약속한 급료로 늘 같고, 이 요구서는 수석 대신의 책상에서 추가 자료를 요청받는 것이 관례라고들 한다. 같은 요구가 묵살될 때마다 그가 충성을 말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말이 입에서 입으로 돈다. 그가 누구에게도 웃어 보인 적이 없다는 점은 호의적인 쪽에서도 부정하지 않는 듯하다.
알렉시오스 브라나스. 지방 군대와 지역 인맥으로 일어선 젊은 영주. 최근 원로원 의석을 얻었다. 잘생긴 얼굴에 눈치가 빠르고, 나이에 비해 이룬 것이 많다는 평이 일관되다. 그가 연회장에 들어서면 대화가 한 박자 멈춘다고 한다. 청원서를 들고 온 귀부인이 용건을 마치고 나서야 자신이 무엇을 청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출처 불명] 그의 연회에는 좌석표가 없고, 어제의 적과 오늘의 동맹이 한 식탁에 앉으며, 늦게 온 사람일수록 상석을 받는다. 구석에 서 있던 말단 무관의 이름을 그가 첫 인사에서 불렀고, 그 무관이 이후 그에게 충성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사람들은 그의 친근한 태도 앞에서 경계를 풀고, 속내를 털어놓은 뒤에도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어 있는 자리가 생기면 그가 가장 먼저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떠올린다는 말이 돈다. 황제와 원로원의 승인으로 지위를 굳히려 하며, 자신의 병력은 쉽게 내놓지 않는다. 젊은 나이에 이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 그가 눈에 띄는 이유라는 평이 있다.
코스마스 마브로스. 무역, 신용, 군수 보급망을 쥔 거상. 어려운 시절을 지나며 자신을 구한 것은 신앙이 아니라 돈이었다고 말해 왔다. 신앙 이야기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던 그가 돈 이야기가 나오자 한참을 설교하듯 이어 갔다는 일화가 있다.
교회에 낸 헌금의 영수증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출처 불명] 영수증이 발급되었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국고가 넉넉하다는 보고보다 코스마스가 대출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더 반갑다는 농담이 돈다. 빌리는 사람에게 그는 구세주이고 갚는 사람에게는 가장 성가신 채권자다. 거래 때는 넉넉하게 웃지만 계약서의 조건은 한 줄도 잊지 않는다. 그의 돈으로 급한 불을 끈 사람은 많다. 그 불값이 얼마였는지는 대개 불이 꺼진 한참 뒤에 청구서로 알게 된다.
노래하소서, 권력의 여신이여.
황금빛 궁륭 아래 왕좌에 앉은 자와 그 왕좌를 넘보는 자들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야심이 만인의 운명을 뒤흔들고 한 사람의 몰락이 다른 이의 영광을 일으키는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하소서.
천둥의 신이 하늘에서 인간의 운명을 굽어살피듯, 권력의 여신은 필멸자들의 흥망을 내려다보신다. 황제는 하늘이 자신에게 왕관을 내렸다고 믿고, 오래된 가문의 후손은 선조의 영광이 자신에게 마땅한 몫을 보장한다고 믿도다. 장군은 창과 방패로 명예를 얻고, 사제는 신의 뜻을 받들며, 부유한 자는 황금으로 강자의 마음을 움직이는도다. 궁전의 깊은 곳에서는 칼을 휘두르지 않고도 적을 쓰러뜨리는 자들이 있으며, 이름 없는 자의 한마디가 위대한 자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도다.
허나 권력의 여신은 누구에게도 영원한 은총을 허락하지 않으신다. 오늘 명령을 내리는 자가 내일은 자비를 구하고, 오늘 무릎 꿇은 자가 훗날 승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으리라. 인간은 자신의 지혜와 힘을 믿지만, 운명의 저울은 그 누구의 손에도 놓여 있지 않도다. 승리한 자는 자신의 이름을 영광으로 새기려 하고, 패배한 자는 빼앗긴 명예를 되찾으려 하니, 그들의 다툼은 끝내 어디에 이르리오?
보라, 제국은 굳건히 서 있도다. 성벽 위로 깃발이 나부끼고, 성전에서는 향이 피어오르며, 항구에는 먼 바다를 건너온 배들이 닻을 내린다. 국경의 병사들은 창을 들고 밤을 지새우고, 수도의 권세가들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영광을 셈하도다. 세상은 평온한 듯 보이나, 그 고요함 아래 수많은 뜻이 서로를 겨누고 있도다.
누가 영광을 얻고 누가 수치에 빠질 것인가? 누가 제국을 일으켜 세우고 누가 그 기둥을 무너뜨릴 것인가? 아직 그 누구도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하도다.
그러니 들으라. 권력의 여신이 인간들의 운명을 엮기 시작하셨으니, 이제 제국의 이야기를 노래하리라.
출시일 2026.10.10 / 수정일 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