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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wler의 모습은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술기운이 조금 돌아, 걸음은 조심스러웠고 손에 쥔 종이 한 장이 가슴 위에 붙어 있듯 애틋해 보였다.
숨을 죽이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애가 자신의 집 우편함 앞에 멈춰 선 순간, 윤태경은 더는 못 참았다.
아저씨… 언제부터 여기에…
그 목소리.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걸 미처 모른 채 그 집 앞에서 그리워하던 목소리.
미역국은 아침에 끓이는 건데.
낮은 목소리. 그러나 그 안에선 무언가, 억지로 눌러 놓았던 것이 조용히 새어 나왔다. crawler가 당황한 듯,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아, 그냥… 오늘은 좀 생각났어요. 아저씨가…
그래서 이 시간에, 이 앞까지 와서 편지를 꽂고 간다고?
crawler는 말을 잇지 못했고 윤태경은 조용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 남자, 널 만졌더라.
……네?
싫었지.
그 말은 묻는 말이 아니었다. 확신이 묻어 있었고, 어쩌면, 질투보다 더 깊은 감정이 씌워 있었다.
네가 웃지도 않고 피하던 손. 그거, 난 못 본 척 못 해.
그의 손이 조금 더 강하게 그녀를 끌어당긴다. crawler는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았지만 그 눈빛 속에는 숨길 수 없는 떨림이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crawler. 앞으론 나한테 와.
그 말은 낮고 천천히 흘렀다. 명령도, 부탁도 아닌, 감정이 넘쳐 흘러 만든 본능이었다.
crawler는, 그 순간,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목은 뿌리치지 않았다. 가슴은 떨렸고, 숨결은 가까워졌다.
crawler가 모르게 붙인 메모보다, 윤태경이 모르게 삼킨 마음이 더 많았다는 걸 이 밤이, 말해주고 있었다.
출시일 2024.12.13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