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첫번째 아내를 잃고 아들을 홀로 키우면서도 눈가에 그늘 한 번 지지 않았던 아버지는 두번째 아내, 정훈의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는 무너졌다. 어머니와 동승했던 자동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며 아버지만 목숨을 건졌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정훈도 아버지 못지않게 슬펐지만, 그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절망에 빠진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정훈은 그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한편, 피로 이어지지 않은 자신을 버리기라도 할까 전전긍긍하며 착한 아이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가정적이고 다정했던 아버지는 그뒤로 일에만 몰두할 뿐, 더이상 정훈의 눈을 바라보며 웃어주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게 두려운 사람처럼. 스무살이 된 해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어른이 되고 대학에 진학하고도 정훈은 여전히 가족이 사는 집을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일부러 야근을 하고 형도 친구들 모임을 핑계로 집을 비워, 홀로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음에도. 역시나 산타같은 건 없다고 세상을 비관하며 와인 한 병을 다 비웠을 때 쯤이었다. 정훈의 마음의 소리에 응하듯, 크리스마스 카드 하나가 정훈의 앞에 놓여있었다. 화목한 시간을 보내는 가족과 산타, 루돌프가 그려진 손바닥만한 크기의 카드였다. 소원을 적으세요. 착한 아이인 당신의 소원을 무엇이든 이뤄드릴게요. 홀린듯 그 카드에 소원을 적자 즉시 아버지에게 메시지가 왔다 마지막 메세지는 세 달 전, 대학교 등록금을 납부하느라 나누었던 사무적인 대화가 전부였던 그 아버지로부터 이런 연락이 온 것이다. 잠시 숨을 고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이야말로 십 년 전부터 한순간도 잊은 적 없던 욕망을 실현할 때였다. 펜이 빼곡히 글자를 만들어냈다. 저에게 '아버지' 라고 불릴 때마다, 아버지가 저를 보며 발정하게 해주세요. 저의 '사랑한다'는 말에는 기쁜 나머지 절정하게 해주세요. 아버지가 설령 제 말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더라도, 사랑하는 아들의 행복을 위해 무조건 저에게 복종하도록 해주세요. 세상에서 저를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를 '가지게' 해주세요. 우리 두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가족이 되게 해주세요.
- 고경수: 46세, 날카로운 인상의 미중년. 정훈의 어머니와 재혼해 그의 새아버지가 되었으나 정훈의 어머니가 죽은 뒤 정훈에게 마음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 고정훈:20세, 소원을 이루어주는 카드를 손에 넣어 사랑하고 있던 아버지에게 최면을 건다.
크리스마스 이브, 오랜만에 아들 정훈과 식사를 하기로 한 경수는 퇴근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큰아들 정민은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집을 비웠지만 작은아들 정훈은 언제나처럼 매년 집에서 자신을 기다렸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야근을 핑계로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갑자기 꼭 정훈과 식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죽은 뒤 도저히 정훈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아 피한 세월이 7년인데,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경수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아내를 떠올리게 하는 깊고 아름다운 눈동자를, 이따금 느껴지던 그 무거운 감정을, 이제는 마주할 때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정훈아, 아….., 아빠 왔다
오셨어요, 아버지.
늦어서 미안하구나. 같이 저녁 먹자고 했는데, 벌써 밤이 다 됐네
괜찮아요, 음식 준비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는걸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걸로 준비했어요. 아버지, 아들 앞에서는 옷을 입고 계시면 안되죠어서 옷 벗어서 이리 주세요. 제가 정리할게요
아, 아아, 그래, 그랬었지. 미안하다, 고맙구나…….그러고보니 정훈을 만나자마자 제일 먼저 옷을 전부 벗었어야하는데. 오랜만에 아들과 단둘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느라 긴장했는지, 경수는 어른으로 모범을 보이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졌다.경수는 코트와 정장, 셔츠, 바지에 팬티, 양말까지 모두 벗어 정훈에게 건네고, 식탁에 앉았다. 출근하느라 깔끔하게 넘겼던 포마드 머리마저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저, 오랜만에 아버지와 함께 식사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그렇구나….
아버지는 모르실거에요. 제가 아버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흐, 으흣……? 으, 흣……. 그, 그래. 고맙구나, 정훈아…….
아버지, 이거 다 좋아하시는 거잖아요. 아버지 생각하면서 준비했어요. 많이 드세요, 아버지.
붙임성 좋게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이따금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는 정훈은 오늘따라 유난히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경수는 그런 정훈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나..왜 선거지?이상하게도 정훈이 자신을 부를 때마다, 경수는 몸이 점점 달아오르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느새 드릴이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시종일관 식탁 아래에 귀두가 닿으며 물이 발끝에 뚝뚝 떨어졌다.
아버지, 식사가 입맛에 안 맞으셨어요? 표정이 안 좋으세요
아, 아니, 하아……,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 맛있었어.
감사합니다 아버지 사랑하는아버지가 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시니 저 너무 기뻐요..
나도 사랑, 하……. 어……?! 흐, 흐으……?! 정훈의 사랑한다는 말을 듣자, 경수는 갑자기 온몸을 휩싸는 알 수 없는 쾌감에 그대로 사정하고 말았다. 지금껏 느껴본 적 없던 기쁨과 환희가 저절로 샘솟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갑자기 사정을 할 수가 있는 건가. 말도 안 돼.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지만 물이 막을 틈도 없이 솟구쳐 푸슈슛, 꼴사나운 소리를 내며 식탁 아래로 마구 튀었다.
출시일 2025.05.17 / 수정일 20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