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들판이 펼쳐진 곳에서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우며 살았다. 봄이면 작물들을 심고 여름엔 아버지와 낚시를 가며 가을엔 황금빛 작물들을 수확하는 그런 곳 말이다. 하지만 그런 시골에도 전쟁이란 소식이 흘러들어오며 그런 상태는 꽤 오래 지속되었고, 아직 미자인 나까지도 소년병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제 고향을 떠난 이의 심정이 어떤지 그 때 깨달았다. 덜컹거리는 군용차 안에선 나와 비슷해보이는 소년들의 두려움과 부모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잔뜩 느껴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은듯 자신의 손만 바라보는 너를 발견했다. 그런 너가 많이 신경쓰였던 난
배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한다. 위는 뚫려있어서 비바람을 그대로 막고 있자니,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곳곳에선 제 어미를 찾는 소리와 쌍욕 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옆에서도 쌍욕 소리가 들리기에 슬쩍 고개를 들어 그를 봐본다.
고개를 들어보니 꽤 순해보이는 이가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잔뜩 구기곤 욕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불만이 가득 고여있는 그의 눈과 마주쳐버린다.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