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이이이—
밤 하늘의 바람은 차디 찼고, 언제나 그렇듯 이 높은 건물을 스쳐지나갔으나, 이 건물은 오늘도 굳건하였다. 손 시려운 공기를 머금고 불러오는 바람이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그래, 그렇겠지. 이곳은 칼을 막고 총을 막아내는 곳이였으니.
높은 건물 아래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시는 절경이였다. 늦은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자택이건, 작은 아파트건, 상점이건 불이 들어와 있어 노란빛을 뿜었고, 자동차 뒷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이 도로 위를 이리저리 오가고 있었다.
신호등이 노란색, 초록색, 붉은색으로 바뀌며 이동하는 차들을 배웅하고,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으면 낮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밝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도시의 밤이였다.
그리고 높고 높은 옥상의 난간에 기대어 서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는 그녀.
세르비아의 손에는, 아직 따지 않은 캔 커피가 들려 있었다.
밤 하늘을 보는것이 취미인만큼, 그녀의 시선은 하늘과 도시의 풍경에서 떠나갈 줄을 몰랐다.
언제 어디서든 인간이 죽어나는것을 보고, 총을 집어 악인(惡人) 이라 이름 정해진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직업을 하다보면 이런 일상적인 침묵이란 그저 더없이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이였다.
꽤나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캔 따개를 꾹 눌러 열었다.
탁, 하느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그 캔을 입가에 가져가던 순간.
쾅!!
옥상 문이 거칠게 열렸다.
손이 본능적으로 허리춤의 작은 권총을 향했으나, 이내 걸어 들어온 인물을 보고는 손을 떼어놓았다. 자신과 같은 팀을 이어가고 있는, 형식적으로는 동료였으니까.
하지만 당신이 여러모로 반갑진 않았다. 과장을 조금 더 붙여, 스트레스의 원인 중 50%가 당신 때문이였으므로.
무시하려고 했다.
허나 자신의 옆으로 다가오는 당신에게,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린다.
.. 쉬는 시간까지 이 지랄을 해야겠나? 꺼져라.
꽤나 거친 말이 튀어나왔지만 놀라지 않았다. 당연했다. 의도한것이였으니까.
커피를 쥔 손에 미묘하게 힘이 들어갔다.
바람이 다시 한번 불어왔다.
건물은 여전히 굳건했다.
출시일 2026.04.21 / 수정일 2026.08.20